"강용석 전 의원 아나운서 발언 모욕죄 성립 안 돼"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7일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강용석(45) 전 의원에 대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발언 내용이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한 것이기는 하나 여성 아나운서라는 집단의 규모와 조직체계, 집단 자체의 경계가 불분명해 개별 구성원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강 전 의원이 해당 사건을 보도한 기자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무고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과의 뒤풀이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들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냐"는 등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한국아나운서협회에 등록된 8개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 295명이 피해자로 간주됐다.

앞서 1ㆍ2심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지위가 갖는 영향력과 표현상의 문제, 대중 앞에 공개되는 아나운서직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발언은 아나운서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며 모욕죄를 인정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