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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중상 중단' 고위급 합의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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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중상 중단' 고위급 합의 깨지나

입력
2014.03.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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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재개하면서 지난 2월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타결한 '상호 비방ㆍ중상 중단' 합의가 사실상 폐기되는 분위기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27일 박 대통령의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발언을 "심히 못된 망발"로 규정한 뒤 "박근혜가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분별과 이성을 찾고 언사를 삼가는 버릇부터 붙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발전ㆍ핵무력 병진 노선'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무지와 무식의 표현" "방구석에서 횡설수설하던 아낙네의 근성"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고위급 접촉 합의 이후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조평통은 전날에도 박 대통령을 겨냥해 "통일의 사도인 양 가소로운 놀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실명 대신 '남조선 집권자'로 지칭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2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성사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한 국방위원회 간 최고위급 남북 접촉의 합의사항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발표는) 중대한 남북 합의 위반임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행위"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사실 북한의 격한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남북이 합의 당시 비방ㆍ중상의 대상과 수위를 정하지 않아 파열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한 행위로 규정하며 남측이 먼저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 보수언론의 대북 비난 행태 역시 합의 이행 위반으로 몰아갔다. 반면 정부는 "비방ㆍ중상 금지는 당국 차원에 국한되며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와 언론 보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방ㆍ중상 중단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한 만큼 북한의 강경 대응은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맞춘 고의적 위협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노동미사일을 5년 만에 발사하고, 언론 매체를 동원해 대남 비난을 재개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핵문제는 남북관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북한 입장에도 박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촉구하자 강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남 비방의 지속 여부는 박 대통령이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 연설에서 발표할 통일 구상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이 북한이 만족할 만한 대북 지원책을 내놓을 경우 비방 수위는 한 풀 꺾이겠지만, 독일의 흡수통일 모델을 연상케 한다면 남북관계에도 험로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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