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의 청명한 소리 대신 사람의 호흡과 바람소리를 연주 기법으로 활용하는 몽환적인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무대에 선 말라스피나 백작(베이스바리톤)과 아내(메조소프라노), 그리고 아내의 애인(카운터테너)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16세기 작곡가 카를로 제수알도가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현대 오페라 '죽음의 꽃'(1998)이 28, 29일 이틀간 경남 통영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슈베칭엔 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선보여 화제가 됐다. 작곡하고 대본도 쓴 이탈리아의 살바토레 샤리노가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28일~4월 3일)의 상주 작곡가로 선정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아시아 초연 무대를 갖게 됐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통영국제음악제는 경남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통영국제음악당의 개관을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제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1,300석 규모의 음악 전용 콘서트홀과 300석 규모의 다목적 블랙박스를 갖추고, 통영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연장 개관에 맞춰 축제의 주제도 '바다의 경치'(Seascapes)로 정했다.
'죽음의 꽃' 외에 아르메니아 출신의 또 한 명의 상주 작곡가 티그란 만수리안의 '레퀴엠'(30일 콘서트홀)도 기대를 모으는 무대다. 만수리안은 유럽과 서아시아의 문화, 전통 교회음악 양식과 현대음악 어법을 녹여 넣은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다. 상주 연주자는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과 불가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다.
개막 공연은 예술감독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의 지휘로, 다국적 연주자들로 구성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이끈다. 윤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동'(1964)과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 드뷔시의 '바다'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협연으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도 들려 준다. 그밖에 젊은 작곡가 육성을 위한 '아시아 작곡가 연주회 & 시상식', 어린이 콘서트, 현대음악이 나아갈 미래를 토론하는 심포지엄 등도 함께 열린다. (055)650-047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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