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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3월 28일] 피렌체 그리고 서울

입력
2014.03.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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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영화제 참석차 해외에 나갈 일이 많다. 작년 피렌체영화제에 '광해, 왕이 된남자'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감독과 함께 피렌체를 방문하게 되었다. 나는 피렌체에 방문하기도 전에 이미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사실 피렌체는 이태리에서도 르네상스가 발원된 유서 깊은 도시이고 미켈란젤로의 벽화와 다비드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촬영지였다는 것이 더욱 나를 설레게 하였다.

2001년 만들어진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남자주인공 '준세이'는 중국 유학생인 여자주인공 '아오이'와 동경에서 만나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오해로 서로 헤어졌다가 10년 후 피렌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격정의 러브스토리이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배경이었던 피렌체에 대하여 막연한 동경과 언젠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그곳에 가게 되었다.

피렌체에 도착해 공식적인 일정을 마친 나는 영화 속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준 곳들을 가게 되었다. 피렌체가 한눈에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베키오다리. 주인공이 고미술 복원공부를 하던 전세계의 명화가 다 전시된 듯한 우피찌박물관 등.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지만 낯설거나 생경한 게 아니라 내가 영화에서 느꼈던 감흥과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본 지 10년도 넘게 흘렀지만 난 마치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양 감격에 젖어 심장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특히 준세이가 아오이에게 처음으로 사랑고백을 한 그 장소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두오모성당)에선 감격에 벅차 제대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약속해줄래 너의 30번째 생일날 두오모성당 옥탑엔 꼭 너와 같이 오르고 싶어"라는 그 두오모성당의 옥탑(쿠폴라)을 걸어 오를 땐 마치 내가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듯한, 어쩌면 저 옥탑 위에 나의 운명적인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감정에 빠져들었다.

피렌체의 거리거리를 걸을 때마다, 야외카페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시면서도 내 머릿속엔 영화의 장면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피렌체라는 도시를 규정하고 있었다.

나에게 피렌체는 예술의 도시, 르네상스의 도시가 아니라 너무나 사랑했지만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가슴속에 담아야 하는 첫사랑의 도시로 자리잡고 있었다.

세계에는 많은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들이 많다. 하지만 그 도시 인구가 얼마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층빌딩이 있고, 다양한 먹거리가 존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도시만의 스토리가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마의 휴일'의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보여준 로마의 로맨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그려진 낭만의 뉴욕이 그런 경우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도시들에 스토리를 부여하기 위해서 유명감독이나 배우들의 영화를 유치하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우디 앨런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영화를 찍었고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등을 제작하면서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에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 걸 알기에 그게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유럽 각국은 우디 앨런의 영화를 유치하기 위하여 온갖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서울에서 '어벤저스2'의 촬영이 시작된다. 어벤저스는 역대 3위의 흥행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난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벤져스의 한국 촬영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 어떤 의미에서든 어벤저스를 통해 서울이 새로운 스토리를 하나 더 갖기를 원하며 나도 서울에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스토리를 부여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도시 서울,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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