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공동구매 하면 싸질까? 작은 원룸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호가하는 요즘, 집 없는 민달팽이들의 신선한 반란이 시작됐다. 이른바 '주택협동조합'이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은 26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주택협동조합 신고필증을 받아 28일 마포구 100주년 기념교회에서 조합 창립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이 원룸 건물을 통째로 빌려 조합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건물 청소와 보수, 임대 계약까지 조합이 관리한다. 권지웅(26)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는 "월세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공실(空室), 임대 계약,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을 세입자가 떠 안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조합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세입자를 공급하고 건물 관리까지 맡으면 집 주인의 비용 부담도 줄어 월세와 보증금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까지 나올 만큼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심각하다. 민달팽이 유니온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20~34세 청년의 14.7%(139만여명)가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14㎡ㆍ4.2평)에도 못 미치는 방이나, 옥탑방 비닐하우스 지하 등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통하면 임대료가 얼마나 낮아질까. 민달팽이 유니온은 20% 정도는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첫 시험대는 석 달 뒤 문을 연다. 권 대표를 포함한 6명은 조만간 조합 명의로 서울 남가좌동에 있는 원룸 건물주와 계약을 하고 7월부터 직접 거주할 계획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집 주인이 참여하느냐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조합이 확보한 주택의 물량이 충분해야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고 그래야 조합이 운영될 수 있다"면서 "최대한 많은 임대인(집 주인)을 설득해 공급 가능한 주택 수를 늘리는 것이 (조합 성패의)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조합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 권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출자금을 모으거나 정부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아 조합이 직접 집을 지어 공급할 구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소속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임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주거 약자'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우한솔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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