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간의 짧은 만남이 1년 넘게 지속된 한일 관계의 앙금을 모두 녹여낼 순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공식적인 첫만남을 가졌지만, 시종일관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연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가뜩이나 냉랭한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을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미리 준비한 한국어 인사말까지 건넸지만 박 대통령은 눈길조차 건네지 않았다.
두 정상의 만남을 어렵사리 주선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마저 이런 분위기에 당황해 박 대통령을 '마담 프라임 미니스터(Madam Prime Ministerㆍ총리)'라고 잘못 지칭했다가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ㆍ대통령)'로 수정하기도 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진행된 정상회담이었지만, 일본 정치권은 한일 두 정상의 첫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첫걸음이 되고 싶다"고 말해 향후 한일 양자 정상회담 실현에 의욕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서 "이번 회담을 첫걸음 삼아 대국적인 관점에서 중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한국과 더욱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어로 인사한 것에 대해 스가 장관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총리의 이미지가 (한국에서는)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아베 신조라는 인간성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의 인사에 박 대통령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회담) 마지막에 제대로 악수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한일간 대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하며, 한국도 이런 생각을 확실히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고,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양국 관계의 큰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한일정상회담 실현과 관계 개선을 위한 큰 걸음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 언론은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했다. 지지(時事)통신은 "한미일 3자 회담 타이밍에 맞춰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3국의 연계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면서도 "내달 중순 열리는 국장급 협의서 한국측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 (한일 정상회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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