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 TV 광고 속 한 문구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연애도 인간관계의 한 맥락인데 책으로 밖에 배울 수 없는 현실에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책이 아닌 TV가 연애학개론을 풀어내고 있다. 연애 방법론을 모르는 문외한들에게 TV가 직접 코치를 자처한 것이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출연자들이 집단으로 연애 토크를 하며 상담해 주더니, 이제는 지상파 TV까지 나서 연애를 꿈꾸는 자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종편치고는 2~3%라는 높은 시청률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JTBC '마녀사냥'만 봐도 그렇다.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이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연애감정인지를 판별해주는 '그린라이트를 켜라'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들 MC들은 자신들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함께 고민하며 상담 역할까지 맡는다. 이들은 남성 심리를 대변해주면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한다. 미혼남녀의 동거, 첫 경험, 연인의 바람기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지만 완급조절을 해 가며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남성만의 용어로 다소 야한 농담을 주고 받아 얼굴이 찌푸려지긴 해도 말이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인 김지윤이 MC로 나선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도 연애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이미 '달콤한 19'를 진행했던 김지윤과 전현무, 박지윤, 이창훈, 홍진호 등 10명의 MC가 남녀의 연애심리를 대변한다. 모바일 메신저 내용으로 상대의 감정을 알아보는 '썸톡'이나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등의 코너는 '마녀사냥'의 사연들을 뛰어넘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흥미로운 건 지난 22일 첫 방송에서 30대 남성의 최고 시청률이 1.45%(닐슨 미디어)로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이 1.05%(이하 최고 시청률), 40대 남성 0.9%, 30대 여성 0.8% 순이었다. 남성들이 연애상담 프로그램에 관심이 더 많다는 증거다.
그래서일까. 연애 상담이나 집단 연애 토크쇼가 유행하고 인기를 얻으니 지상파 TV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가세했다. 케이블과 종편의 인기에 편승하겠다는 얄팍한 심사다. MBC는 '연애조난자 구출프로젝트: 연애고시'라는 프로그램을 4월에 방영키로 했다. 연애에 매번 실패하는, 연애가 너무 어려운 솔로들의 탈출을 돕는다는 게 기획의도다. 전현무, 노홍철, 백지영 등이 진행자 겸 연애 컨설턴트 역할도 한다. '마녀사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KBS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4월 중 3부작으로 '두근두근 로맨스 30일'이라는 관찰 연애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30일간 세 커플의 연애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의 연애풍속도를 그린다는 것. 마치 SBS '짝'이나 MBC '우리 결혼했어요' 를 압축한 듯하다.
'로맨스가 더 필요해'의 관계자는 "취업이 안 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20~30대에게 연애는 또 다른 고민이자 스트레스"라며 "연애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에서 대리만족을 주는 연애 상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는 듯 하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