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설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아열대 나라인 베트남에 20㎝ 이상 눈이 내리는가 하면 중동에도 수십 년만에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폭설로 인한 피해도 컸는데, 일본은 23명의 사망자에 정전도 24만6,000 가구에 이르렀고, 유럽의 슬로베니아에서는 폭설에 이은 한파로 전력시설이 마비되어 25만명이 정전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경우 동부지역에서만 75만 가구 정전사태에 소비침체까지 겹쳐 '프로즈노믹스(frozenomics, frozen+economics)'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 동해안 지역에 2m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번에 내린 눈은 일반 눈보다 무거운 습설(濕雪)이어서 비닐하우스, 축사 등 각종 시설물 붕괴사고가 잇따랐다. 애석하게도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경우 사고 당시 지붕에 쌓여 있었던 눈의 무게가 무려 180톤에 달했다고 한다.
관측 이래 103년만의 폭설로 강원 산간마을 주민이 고립되고 시설물 피해가 속출되는 와중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력설비 피해가 거의 없어 피해 지역에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최근 폭설로 수십만 가구가 장시간 정전되면서 그 피해가 급격히 확대된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폭설로 단지 6,000여 가구 정도만 정전이 됐었고, 그나마도 대부분 단시간 내에 복구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규모 정전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철저한 대비'에 있었다. 눈 무게에 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전력선 주변 수목에 대해서는 사전에 가지치기를 하고, 폭설을 가상해 피해복구 사전모의훈련을 시행하여 폭설 예보가 발표되자마자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복구인력과 장비를 빠르게 배치함으로써 실제로 정전이 되어도 신속히 복구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특히 산간 고립지역에는 설상차를 동원하여 복구인력을 긴급 투입하고, 이마저도 어려운 곳은 헬기로 발전기를 공수하면서까지 전기를 신속히 공급하여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사전에 철저히 예측하여 준비하고 대응한다면 어떠한 재난이라도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충분히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의 개발 집중 시대를 거치며 크고 작은 재난사고를 겪어왔고,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지금까지 많은 안전관리 노력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각종 재난사고로 인한 피해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는 똑같은 재난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월 19일 관계 정부부처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지시했듯이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재난에 대해서는 작은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한 준비가 있어야 하겠다. 전통적인 재난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습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현재의 재난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아가서는 지금까지 발생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재난에 대해서도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작은 사고 징후도 예사로 넘기지 말고, 특히 재난대비 투자에 대해서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피해 및 해빙기 공사현장 붕괴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불청객 황사도 찾아와 괴롭힐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난 겨울의 기록적 폭설에 따른 피해와 대처를 교훈 삼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다가올 재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이다.
조양행 강릉영동대 전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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