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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서민 대출사기 친 일당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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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서민 대출사기 친 일당 덜미

입력
2014.03.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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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신용등급만 올리시면 지금 이용하시는 고금리 대출을 연 4%대 국민행복기금 대출로 갈아타실 수 있습니다.”

주부 송모(38)씨는 지난해 7월 ‘NH농협 고객관리부 직원’이라고 밝힌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남편 몰래 빌린 돈과 이자 때문에 가슴을 졸이던 송씨는 3,872만원을 대출 받았다. 대출을 받아 거래 실적을 쌓은 뒤 그 대출금을 자신들의 계좌를 통해 갚으면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송씨가 대출받은 돈을 계좌로 보낸 직후 이 남성은 연락을 끊었다. 송씨처럼 이들 사기꾼에게 돈을 뜯긴 사람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786명, 피해액은 12억원에 달한다.

사기범 일당은 대부 중개업체를 운영하면서 모은 개인정보 10만여건을 악용했다. 가뜩이나 높은 이자에 부담이 큰 서민들은 신용등급을 올려 저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한 번 더 대출받는 것을 감내했다. 그러나 사기범들의 대포통장으로 들어간 돈은 절대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사기라는 것을 알아채기 쉽지 않았다. 사기범들이 주소, 주거 형태, 직업, 월 소득 등 개인정보를 꿰고 있었기 때문이다. 1,700만원을 날린 송모(48)씨는 “대출금 1,000만원을 갚지 못하고 있는 사정까지 알고 있어 금융권 직원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기 등 혐의로 조직 총책 윤모(42)씨 등 14명을 구속하고, 개인정보를 관리한 김모(37)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아울러 중국으로 잠적한 또 다른 총책 김모(42)씨와 인출책 등 공범 16명을 쫓고 있다.

조사결과 윤씨 등은 중국에 사무실을 임대해 36명으로 총책 인출책 심사책 등 4개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죄 수익은 직급에 따라 5~45%씩 나눠가졌다. 이들은 ▦남편이 직장인인 주부 ▦사업자 ▦대학생 등 대상별로 속이는 전화 응대요령 자료까지 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잘 속는다고 판단하면 카드론 대출까지 받게 해 서민을 경제적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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