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은행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전망이다. 사실상 일괄매각이 어렵다고 보고 복수 입찰자에게 원하는 만큼 지분을 나눠 팔겠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제시한 ‘희망수량 경쟁입찰’ 매각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란 정부가 정한 희망 매각가격과 매각 지분에 맞는 가격과 수량을 써낸 입찰자에게 지분을 골고루 넘기는 분산매각 형태다. 이렇게 매각할 경우 우리은행은 5∼10%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들이 있는 ‘자갈돌 소유구조’를 보이게 된다. 우리금융 1~3차 민영화의 실패 요인이었던 유효경쟁 요건 미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우리은행은 덩치가 커 잠재 인수후보가 많지 않다”며 “다만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입찰수요가 크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예보가 지배주주에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위임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달 초까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56.97%) 모두를 매각하거나 30%이상을 지배주주에 매각하는 분할 매각 방식을 놓고 고심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안 모두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전량 인수에는 6조∼7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일괄매각, 국민주 매각, 블록세일(대량매매) 등의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1인 대주주를 찾아 회수자금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해 합의가 이뤄진 거 같다”고 밝혔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택하되 10% 이상 소유하려면 은행법상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지분 소유 한도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해 상반기 중 매각방안을 확정ㆍ공고할 계획이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민영화 매각 3대 원칙 준수보다는 매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선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번 정권에서도 어려운 거 아니냐는 견해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속한 매각도 결국 헐값 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민영화 조건으로 내세운 3대 원칙을 훼손하기도 쉽지 않다”며 “우리은행 매각 불발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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