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월29일. 우리나라 첫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설립됐다. 당시엔 한국통신(현 KT)의 자회사였지만, 이후 매각과정을 거쳐 지금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됐다.
그로부터 30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동전화가 가장 널리 보급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가 됐다. 가히 '경이적'이라는 평가다.
미미한 출발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1984년5월 국내 최초로 이동전화를 시작했다. 진짜 갑부나, 권력자만이 갖는다는 '카폰'이었다. 기기 값과 가입비를 합쳐서 무려 200만~400만원. 거의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첫 해 2,658명이 가입했다.
모양을 갖춘 제대로 된 휴대폰이 등장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다.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휴대폰 대중화를 서두르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세계 최초의 휴대폰인 모토로라의 '다이나택'이 국내 도입됐다. 이듬해 나온 삼성전자의 'SH-100'은 국산 휴대폰의 시초로 꼽힌다. 가격은 좀 내려갔지만, 여전히 카폰 위주였고 휴대용 전화기는 휴대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컸다.
한국이동통신은 정부의 통신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1994년 SK그룹에 매각됐다. 당시 SK그룹 총수였던 최종현 회장(작고)은 그룹의 근간을 섬유사업에서 석유 및 정보통신으로 바꾸기 위해 10년 전부터 정보통신사업을 준비해 왔다.
역시 시장을 이끄는 데는 민간이 강했다. 한국이동통신이 민영화되면서 이동통신 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4년엔 두 번째 이동통신사업자인 신세기이동 통신이 설립됐고, 1996년에는 한국 주도로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시작됐다. 이어 1997년 KTF, LG텔레콤, 한솔PCS 등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등장하며 국내 휴대전화시장은 무려 5개 업체의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사업자가 많아진 만큼 가격은 떨어졌고,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다양한 휴대폰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휴대폰은 부자와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외환위기는 5개사 과당경쟁체제를 무너뜨렸고, 합병 등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은 지금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체제로 굳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 이동전화사업을 정부가 주도했다면 지금 같은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의 결정적 전환점은 민영화, 즉 SK텔레콤의 등장이었다"고 말했다.
비약적 발전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5,468만명. 국민 한 사람이 한 대 이상의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토록 빠르게 이동전화의 저변이 넓어진 나라는 없다. 이동통신의 원조국가인 미국도 우리나라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가입자가 빠르게 늘었다는 건 그만큼 이동통신서비스가 편리해졌다는 뜻. 현재 이동통신서비스는 4세대(LTE)까지 진화했는데,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히 의사소통(전화 문자) 수단을 넘어 뉴스, 오락, 쇼핑, 지식 등 없어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필수도구가 되었다. 이젠 TV도 휴대폰으로 보고, 이메일도 휴대폰으로 주고 받으며, 내비게이션도 휴대폰으로 하고 있다. PC조차 설 땅이 비좁아지는 양상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5명중 4명(79.5%)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동통신사들은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는 훨씬 더 빠른 LTE-A를 세계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TE-A는 사람 뿐 아니라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이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추세라면 5세대 진화도 멀지 않았다. 5세대 이동통신은 현 LTE보다 1,000배 빠른 100기가(Gbps) 속도를 지원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2018년 5세대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실제로 사람과 모든 생활환경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가경제발전에 기대한 기여도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매년 조 단위 투자를 하는 국내 통신업체들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4.36%로 세계 2위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의 지난해 설비 투자 규모는 7조1,970억원으로 OECD 국가 중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남은 숙제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직결된 서비스인 만큼,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민간서비스요금임에도 불구, 정부는 물가관리와 서민가계안정 차원에서 통신요금을 강하게 통제했고 매 정권 때마다 통신료 인하공방이 빚어졌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보조금이다. 시장은 포화된 상태에서 이동통신 3사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업체들은 무차별 보조금을 뿌려댔다. 지난해만해도 3사가 사용한 마케팅 비용은 무려 8조원에 육박한다. '철새가입자'?위해 '장기가입자'를 홀대한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전문가들은 30살 청년기를 마감하고 이제 중년기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이 보다 성숙해지려면 제살깎기식의 보조금 경쟁 대신 진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조금 아닌 서비스를 보고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체제를 업계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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