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혈관수술입원 중인 환자입니다. 너무나 따뜻한 인턴 선생님을 소개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친절한 의사가 크게 쓰인다면 우리나라 의료계가 밝아질 것입니다." 경북대병원이 2,000여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친절사원 선발 때 접수한 추천서의 하나다. 추천서 속의 '따뜻한 인턴 선생님'은 바로 경북대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 최동헌(34ㆍ사진)씨. 지난해 경북대병원이 두 달마다 한 번에 서너 명씩 뽑는 친절사원에 4차례나 선발됐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인턴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지난해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1년간 수련의를 거쳐 지난 1일부터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다.
최씨는 이 병원에서 '따뜻한 선생님'으로 통한다. 경북대 병원 대표 '친절사원'에 이어 지난해 말 대구시와 (사)메디시티대구협의회 주관 '메디시티대구 제5회 의료서비스 전진대회'에서 친절우수직원상을 수상했다.
인턴 레지던트도 의료인인 이상 뛰어난 의술과 함께 친절함도 갖춰야 한다. 현실적으로 항상 친절하기란 극히 어렵다.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살인적인 업무강도는 자칫 '불친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전공의 1년 차의 최씨는 '친절한 인턴 선생님'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요즘 40여명의 환자를 혼자 챙겨야 하는 병동관리가 주임무로, 인턴 때보다 더 정신 없을 지경이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환자들에게 웃으며 좋은 말투로 대하려 노력해요.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의료진이 불친절하게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라고. 역지사지로 생각합니다.'환자분'이라고 부르면 더 아파할 것 같아 이름을 부르죠.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은 의사가 이름을 불러주길 가장 바란다고 합니다. 이런 태도가 친절하게 비춰지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초보의사답지 않게 그는 채혈의 달인으로 통한다. 상당수 인턴 레지던트들은 혈관을 찾지 못해 수많은 주사바늘 자국을 남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최씨에게는 남의 일이다. 어떤 환자는 최씨에게만 피를 뽑겠다고 할 정도다. 피 뽑기 같은 단순한 일도 기꺼이 앞장서 한 결과다.
친절한 의사가 된 데에는 병원에서 수련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객만족(CS)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환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사가 설명을 잘 해 주는 의사라고 나타났어요. 그냥 '수혈한다'고 하기 보다는 '혈액 수치가 이러하니 수혈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환자들은 안심하게 되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죠. 친절하다고 무조건 훌륭한 의사는 아니지만, 실력도 좋고 친절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최씨는 "우리 병원에 훌륭한 의사가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주목을 받게 돼 쑥스럽네요. 친절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것은 모든 의사들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환자들을 치료하며 배우는 전공의 입장에서 제가 부족해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진다거나 병을 찾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유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