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직접적 압박과 6자회담으로 대표되는 한반도 관련국간 공조 틀과 함께 북핵 문제를 국제 이슈로 부각시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 내려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과 19일 네덜란드 NOS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당위와 방법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 동안 동북아 역내 문제로 치부됐던 한반도 비핵화를 국제 안보의 중심축에 올려 놓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4월 프라하 선언에서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용어가 핵안보정상회의의 단초가 된 점을 감안하면 지지부진한 국제 비핵화 논의에 해법을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구상은 NOS방송 인터뷰에서 보다 면밀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를 비핵화 실현 방법으로 제시했다. 여기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첫 국제 사업으로 북핵 문제가 채택될 경우 자연스레 국제사회의 동참으로 이어질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3차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는 실제 위협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며 "6자회담을 외면하지 않되,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려면 그 틀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나라가 많아질수록 북한이 느끼는 압박 강도는 더해 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핵 도발과 제재로 이어지는 사후 대처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다변화한 국제 협력을 통해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사전 경고의 의미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물론 국제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당근의 의미도 있다.
이러한 비핵화 해법은 결국 통일 한국의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창 불붙기 시작한 '통일 대박론'의 추동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할 통일 관련 구상에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한반도 통일을 실현할 세부 공조 방안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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