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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변화만 추구 바람직 안해 전임자 좋은 작품들 계승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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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변화만 추구 바람직 안해 전임자 좋은 작품들 계승해야죠"

입력
2014.03.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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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시간은 훌륭한 자산이에요. 새 수장이 됐다고 무작정 변화만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한지 벌써 석 달. 보통 새로운 행장이 취임하면 시끌벅적하기 마련인데 기업은행에선 별 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혁신 못지않게 계승이 중요하다고 믿는 권 행장의 경영 철학 때문이다. 24일 기업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권 행장은 "전임 행장의 작품이라고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좋은 평가를 받은 일을 계승한다면 그것이 기업은행의 전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부터 새로 시작할 광고에 방송인 송해씨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권 행장의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조준희 전 행장이 광고 모델로 쓴 인물이지만, 권 행장은 흔쾌히 낙점했다. 대신 이번엔 구수한 팔도 사투리를 입혀 한층 친근성을 높였다.

근무시간 정상화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권 행장은 "오후 7시면 모든 은행 모니터를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고 퇴근을 유도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여가시간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취임 후 원하는 행원들을 위해 주말 반나절을 이용해 학습할 수 있는 아카데미 과정을 열도록 했다. 권 행장은 "여가시간은 충분히 보장해주되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게 과거에서 새 방향성을 찾는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요즘 금융권은 온갖 비리로 얼룩져 있는 상황. 기업은행 역시 도쿄지점 비리 정황이 발견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권 행장은 그 해법을 '소통'에서 찾겠다고 했다. "어느 조직에나 문제는 숨어있을 거에요. 물샐 틈 없는 제도가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죠. 소통을 강화하는 것만이 이런 비리를 견제하는 방법이라는 게 제 소신이에요."

어떻게 소통으로 비리를 막겠다는 것일까. 권 행장은 "조직 리스크는 공식 대화 석상에서 나오지 않고 편안한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다 보면 하나씩 튀어나온다"고 설명했다. 허물없는 자리를 통해 관심을 갖고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직의 곪아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앞으로 줄곧 그에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여성 행장 1호'라는 타이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권 행장은 "과거 은행에서 여성들은 장점이 폄하되기도 했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해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제법 여성으로 일하기 편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했다.

후배 여성 행원들에게는 엄격한 주문을 했다. "은행장이 탄생할 정도니까 은행 내에서도 여성의 지위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고 있다고 봐요. 이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중용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권 행장은 "여성 후배들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밝힌 임기 3년의 목표는 개인 고객의 권위 신장. 권 행장은 "기업은행은 개인 고객에게서 자금을 조달해서 기업에게 공급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개인 고객은 너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이 한번 기업은행 고객이 되면 절대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권 행장은 "연령대별로 필요한 상품을 제공해서 은행에 가치를 느끼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며 "그건 상품일 수도 있고 컨설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생 고객이 머무는 은행이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였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프로필

ㆍ1956년 전북 전주 출생

ㆍ경기여고ㆍ연세대 영문학과

ㆍ1978년 중소기업은행 입행

ㆍCS센터장ㆍ외환사업부장ㆍ카드사업본부 부행장ㆍ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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