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과서 가격 인하에 반발해 출판사들이 교과서 발행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교과서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ㆍ출판사ㆍ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 가격상한선 등 교과서 제작 최소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필요 이상으로 호화롭게 제작된 교과서가 가격 인상의 주 원인인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흥순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도 "교과서 가격 상승폭을 합의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민주당)은 민관 합동으로 교과용도서위원회를 구성, 교과서 가격상한을 사전에 공고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번 사태는 권당 1만950원(지난해 대비 73% 인상)인 고교 교과서 가격을 50~60% 낮추라는 교육부의 권고를 출판사들이 "원가에도 못 미친다"며 거부하면서 벌어졌다. 교과서 가격 급등은 사실 2009년 교과서 가격을 자율화하면서 예상됐으나 교육부는 별다른 대비책을 세우지 않다가 지난 2월에야 장관 직권으로 가격조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해 갈등을 촉발했다. 전제상 공주교대 초등교육학과 교수는 "알아서 아파트를 지으라고 한 뒤 비싸다며 분양가를 강제로 낮추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전ㆍ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술ㆍ음악ㆍ체육 등 교과서 활용도 낮은 과목은 학교가 구매해 공동 사용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매년 새 교과서를 구입하는 것은 비용부담, 자원낭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교과서의 활용도에 따라 개인용, 학년용 등으로 나눠 구매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때"라고 했다. 현재 미국 초ㆍ중ㆍ고교에서 이런 방식을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곧 가격조정명령을 발동할 계획이다. 교육부 교과서기획과 관계자는 "교과서 가격을 산정할 때 과다한 판촉비까지 포함시키는 출판사들의 비합리적인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90여개 교과서 출판사가 참여한 교과서가격특별대책위원회는 "교육부의 강제 가격조정명령은 따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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