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파동이 빚어지고 있다. 교과서 출판사들이 지난해 평균 6,300원대였던 고교 교과서 권당 가격을 올해 1만900원대로 올리기로 한 것이 발단이다. 교육부가 가격이 비싸다며 대폭 내릴 것을 권고하자 출판업계가 원가에 못 미친다며 교과서 발행과 공급을 중단했다. 이번 학기 교과서는 이미 배포됐으나 전학을 가거나 교과서를 분실한 경우 새 교과서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출판업계와 교육부의 갈등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출판사들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과서는 구입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 참고서와는 다르다. 학업 수행을 위한 필수재나 다름없는 교과서 가격을 갑자기 두 배 가깝게 인상한다는 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학부모는 없다. 더구나 교과서 가격 폭등이 판촉 로비 비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출판사는 지난 23일 다른 출판사 두 곳이 교과서 선정 대가로 수백 만원의 리베이트를 학교측에 건넸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교과서 선정 과정이 뒷돈으로 얼룩지고 이로 인해 교과서 가격이 치솟았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교과서 가격 갈등과는 별개로 로비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교과서 공급 중단 사태까지 이르는 동안 뒷짐을 지고 있던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 2009년 이후 교과서 가격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가격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직무유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쟁을 통해 높은 질과 적정한 가격의 교과서를 스스로 만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을 바꾸고 있으니 출판계의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이제라도 교과서 공급 및 가격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작비용 등을 감안해 교과서 원가를 현실화하면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 적정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출판사와 교육부, 교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제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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