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몽당주택이 들어섰을 때 주변 반응은 꽤나 호의적이었다. 인근 통인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오래된 연립주택과 상가가 혼재한 누하동 거리에 새로운 표정이 생긴 것을 반겼다. 그러나 설계 당시 몽당주택은 도시경관심의에서 한 차례 떨어진 적이 있다. 이유는 경복궁과 서촌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의위원들은 몽당주택의 회색 콘크리트와 가파른 사선이 주변의 일반적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너무 튄다는 것이다.
인왕산 바위의 색감을 고려해 마감재를 결정하고 가파른 산세와 어울리도록 사선을 선택한 건축가들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집 앞 삼거리에서 보면 몽당주택과 인왕산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요. 돌산이 갖는 느낌과 형태를 유심히 보고 건물에 반영한 것인데 심사 기준이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설계를 맡은 ANL스튜디오의 안기현ㆍ이민수 소장은 이의를 제기했다. 위치가 경복궁 서측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적 없이 지어진 주변 건물들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심의위원 측은 건물의 사선이 지나치게 날카로워 보이니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사선의 각도를 30~40㎝ 가량 깎아낸 후에야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몽당주택은,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보기 위해 찾아 오는 동네 명물이 됐다. 집주인 K씨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나이가 되면 이곳을 심야 서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새벽에 슬리퍼 끌고 나갈 곳이 술집 아니면 카페 밖에 없잖아요. 일본에 갔을 때 대학교 앞에 새벽까지 문 여는 서점을 많이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밤에 잠은 안 오고 갈 곳 없는 동네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가 아닌 숨겨진 좋은 책들을 권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해요."
황수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