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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 '청렴도 1위' 평가 뒤의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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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 '청렴도 1위' 평가 뒤의 추태

입력
2014.03.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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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 직원이 지난해 기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대출 보증을 해줬다가 검찰에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다른 직원은 유령기업에 수십억원의 대출 보증을 해줬다. 기술보증기금은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준정부기관 중 1위, 전체 공공기관 중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청렴도 평가의 신뢰에도 큰 흠집이 생기게 됐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기보의 '2013년도 연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보 기술평가센터 소속 A씨는 작년 상반기 시설자금보증을 신청한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기보는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보증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A씨는 그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 기보는 검찰에서 A씨의 비위 사실을 통보 받고서야 뒤늦게 해당업체에 대한 시설자금보증을 전액 해지하고 A씨를 면직 처분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다른 기술평가센터 직원 B씨가 실체가 없는 유령기업들이 신청한 보증을 승인해준 사실이 적발돼 면직 처분됐다. 기보 자체감사 결과 B씨는 현장조사도 않고 기업체가 제출한 허위자료를 근거로 6개 기업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22억원 상당의 기금 손실이 발생했다. 기보 관계자는 "B씨가 해당 업체와 금전적 거래가 있었지만, 수사권이 없어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지난 1월 해당 기업을 형사고소한만큼 수사를 통해 B씨의 배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근거도 없이 기업 10곳의 기술평가등급을 무더기로 확 올려줬다. 이들 기업은 쉽게 기술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은 내부거래 규모가 큰 사실상 동일 기업집단이었지만 심사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 기업은 자금 지원을 받은 후 비슷한 시기에 부실화됐고, 기금은 큰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3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8.81점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전체 준정부기관 86곳 중 1위였고, 653개 전체 공공기관 중에서도 2위였다. 권익위 평가 항목 중 부패 사건 발생에 따른 감점은 전혀 없었다. 권익위가 매년 실시하는 청렴도 평가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보 관계자는 "비위 사실을 자체 감사를 통해 밝혀냈다는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혈세로 조성된 기보 기금이 직원들의 비리로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면서 정작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민주당)이 기보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술보증을 신청한 중소기업 1,969곳 가운데 733개(37.2%) 업체가 보증을 거절당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였는데, 관련법에는 신용도가 낮더라도 기술평가등급이 일정등급 이상일 경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보증을 거절당한 업체 가운데 127곳(17.3%)은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술력을 평가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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