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통일준비위 발족 등을 설명하며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한 것은 한반도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설득과 협조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서독이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단 당사국인 미국의 협조와 소련에 대한 설득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처럼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국제적 우호 여론 형성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올해 '통일 대박론'을 제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통일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고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주변국을 상대로 한 '통일 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한반도 통일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국인 중국의 공감과 협조는 과거 독일 통일 과정에서 소련이 그랬듯이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이번 정상회담을 포함해 벌써 네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지며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심혈을 기울여왔고 통일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언론사 논설실장과의 간담회에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툭하면 핵 문제 때문에 긴장하고 이러다 보니 동북 3성 개발도 안 되는 것이다. 평화통일이 동북아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에게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새 성장 동력'등 통일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안보와 경제 양 측면에서 통일이 주변국의 공동번영을 이끄는 길임을 강조해 중국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통일 외교에 대해 시 주석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연초 통일 대박론을 제기한 이후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통일 논의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차 천명함으로써 한ㆍ중간 한반도 통일 방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의 발판도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6자 회담 재개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도 박 대통령의'통일 외교'가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중국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혀 비핵화뿐만 아니라 남북협력과 향후 통일 논의에서도 한중간 공조 속에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 주석이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가 이번에는 '자주적 평화통일'이란 용어를 사용해, 한반도 통일과 관련 미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 측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헤이그=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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