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목회자)은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소득자입니다. 따라서 종교인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게 맞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ㆍ총무 김영주 목사)가 24일 서울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종교인 소득, 납세의무의 예외 대상은 아닙니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세금 납부를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지난해 종교인의 소득(사례비)을 세율이 낮은 기타소득으로 규정해 세금을 매기려다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기재부가 종교인을 근로자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따르려다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최호윤(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회계사는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근로자의 소득은 모두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근로소득세를 부담한다고 해서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근로기준법은 민법보다 근로의 정의를 협의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소득세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소득이 아니라 더 넓은 개념인 민법상 근로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세법은 근로소득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신분'을 기초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보지 않으며 따라서 '근로라는 일반 개념의 활동 행위'를 기초로 과세대상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사업장 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매달 원천징수 절차와 연말정산 과정으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세를 부담한다"며 "목회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닐지라도 소속 교회에서 활동하며 받는 급여나 사례비는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득세를 과세하면 정부가 교회 재정에 간섭할 빌미를 준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며 "교회 재정에 간섭하겠다면 소득세법이 아니라 증여세법을 근거로 언제든 재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법 규정은 교회 전체 재정 가운데 인건비 성격의 사례비만 살피지만 증여세법은 교인이 낸 헌금이 목적대로 쓰였는지 살피기 위해 모든 사용처를 일일이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계사는 "정부는 몇몇 교단 실무자를 만난 뒤 충분한 소통을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겠다는 규정이 종교계와 비종교계, 종교계 내부의 반목을 만드는 단초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경동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종교인은 양심적 병역 거부처럼 신념에 따라 세금 납부를 거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법 질서를 파괴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종교인 납세 문제는 종교개혁주의 전통의 만인사제설이나 주관적인 종교적 양심의 자유 차원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책임과 도덕적 규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광민(NCCK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장) 목사는 "기독교는 하나님의 정의ㆍ평화ㆍ생명의 실현이라는 선교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목회자는 교회 재정 투명성 제고의 첫걸음으로서 납세의무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목사는 "이는 분명 교회 행정과 재정 운영에 발전적 시스템 운영으로 이어져 한국교회의 발전과 한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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