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의 음악을 만든 스티븐 슈왈츠(66)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작곡가다. '위키드'를 비롯해 '피핀', '갓스펠'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뿐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터스', '노트르담의 꼽추', '이집트의 왕자' 등의 주제곡을 작곡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그래미, 드라마 데스크 등 메이저 음악상을 휩쓸었다.
22일 방한한 슈왈츠는 '위키드' 한국어 버전이 공연되고 있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 머물며 캐스팅과 음악을 점검했다. 이틀 동안 캐스팅 별 공연을 모두 관람한 그는 24일 짧은 국내 일정을 마치며 기자들을 만났다. 슈왈츠는 이 자리에서 "'위키드' 한국어 버전은 현재 다른 언어로 공연되고 있는 그 어떤 '위키드' 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사운드가 아름답다"며 "미국에서 보는 오리지널 무대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슈왈츠는 더블 캐스팅으로 이뤄지는 한국 공연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평해달라는 요청에 "나의 평이 활자가 되면 기사를 읽은 배우의 연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초록 마녀 '엘파바'역의 옥주현은 감정과 분노를 응축하는 연기가 눈에 띄며 박혜나는 뿜어내는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하얀 마녀 '글린다' 역의 정선아에 대해서는 "극의 재미를 살려내는 재능이 있다"고 했고 김보경은 "사랑스러우면서 관객에게 진실되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위키드'는 '오즈'라는 미지의 세계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독창적인 편곡과,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균형을 이룬 노래로 유명하다.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열창하는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와,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부르는 '포퓰러(Popular)' 등은 국내 관객도 좋아하는 명곡이다. 슈왈츠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이 물음에 답한다면 아마도 관객들이 노래를 들으며 자유롭게 감정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저했다.
슈왈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창작 뮤지컬 시장에 박수를 보내며 "정말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기 바라며 머지 않은 미래에 브로드웨이에서 여러분의 작품을 꼭 만나고 싶다"고 창작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 머물며 음악적 요소, 템포와 감정 표현 등에 대해 배우와 의견을 나눴다. 슈왈츠는 "공연은 무대가 매번 다르며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지침을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번역에 있어 분명치 않은 부분을 조절하는 등 한국 관객이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푸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위키드'는 사악한 엘파바와 선한 글린다로 나뉘는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실체적 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슈왈츠는 "이 작품에서 엘파바를 악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집단은 실체도 없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권력을 꿰차는 현대 정치 세력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사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성애자 탄압을 들었다.
미국 뉴욕에서 2003년 초연된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등장하기 이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