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라는 평가에 걸맞게 '권모술수'가 난무했다. 얼굴은 약속이나 한 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뒤로는 저마다 칼을 갈고 있었다. '구밀복검'(口蜜腹劍ㆍ달콤한 말을 나누지만, 배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 따로 없다. 9개 구단 프로야구 사령탑들은 모두 발톱을 숨겼다.
이들은 하나같이 "9개 팀 전부가 우승 후보"라며 상대를 띄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우승 팀을 딱 꼬집는 대목에선 주저했지만 다크호스를 지목할 때는 막내 구단 NC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2년 성균관대, 2013년 건국대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대학교에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특히 여자대학교에서 프로야구 공식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팬들의 꾸준한 증가 추세를 반영한 기획이었다.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9개 구단 전력이 평준화 돼 우승 팀은 잘 모르겠지만 안지만(31)과 정형식(23)이 각각 오승환(32ㆍ한신), 배영섭(28ㆍ경찰청)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3연패는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선상에 서겠다"고 4연패 야망을 드러냈다.
송일수(64) 두산 신임 감독은 "강력한 우승 후보는 우리 팀"이라며 당차게 말했고, 김기태(45) LG 감독은 "팬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목표는 마음 속에 묻어놓고 있겠다"고 우회적으로 우승 욕심을 냈다. 지난해 창단 첫 4강을 이끈 염경엽(46) 넥센 감독 역시 "지난해 다크호스로 꼽힌 우리가 4강을 이뤄낸 만큼 올해는 이 단계를 뛰어 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4강 진출에 실패했던 김시진(56) 롯데 감독은 "팬들한테 말하고 싶은 것은 시범경기가 분명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고 작년에 약속 못 지킨 것을 올해는 속 시원하게 지켜 팬들의 열망에 보답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만수(56) SK 감독 또한 "큰 나무 혼자 숲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올해 슬로건은 'SK 투게더'다. 모두가 하나로 뭉쳐 좋은 성적을 낼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사령탑 취임 이후 2년 연속 가을 야구에 초대 받지 못했던 선동열(51) KIA 감독은 "말을 좀 아끼고 싶다. 새로운 구장에서 팬들과 가을 야구를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최하위 아픔을 맛 봤던 김응용(73) 한화 감독은 "지난해 성적 탓에 할 말이 없다. 승률 5할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KIA와 한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 팀으로부터 다크호스로 지목 받은 김경문(56) NC 감독은 "다들 우리 팀을 뽑아줘 감사하다"면서 "나 역시 NC가 다크호스가 아닌가 힘줘 말하고 싶다. 올해는 NC가 다크호스로 한국 프로야구에 신바람을 한 번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 2년 차에 불과하지만 많이 배우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올해 프로야구는 29일 두산-LG(잠실), SK-넥센(인천), 삼성-KIA(대구), 롯데-한화(부산)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이날 감독들이 공개한 선발 투수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33), LG 김선우(37), SK 김광현(26), 넥센 앤디 밴헤켄(35), 삼성 윤성환(33) 등이다. 반면 KIA와 롯데, 한화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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