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은행이 되겠다"고 말한다. 어려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과 현실은 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646조4,000억원으로 이중 중소기업 대출은 75.2%(485조9,000억원)였다.
중기 대출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 금융위기 전인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91.4%, 87.1%에 달했지만 위기 이후 84.3%(2009년) →82.0%(2010년) →78.2%(2011년) →75.1%(2012년) 등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2006년 8.6%에 불과했던 대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 해 24.8%까지 치솟으며 불과 7년새 3배나 증가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돈줄을 점점 죄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은행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작년 6월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방법 중 은행 대출 비중은 98.8%에 달했다.
그나마 은행의 중기 대출이 이 정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 정책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 보증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보증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6월말 중기 신용보증 대출은 74조4,000억원으로 2008년(49조원)에 비해 50% 가량 늘어났다. 은행의 중기 대출 기피가 확산되자 정부가 공적인 신용보증으로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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