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의사의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친 폐암 말기 환자에게 해당 병원이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24일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일식집 요리사인 강모씨는 2008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오른쪽 흉부 통증으로 경기 평택시 한 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세 차례 받았으나 모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잦은 기침과 호흡 곤란이 이어지자 강씨는 이듬해 11월 수원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후 투병 중이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를 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강씨의 X선 검사에서 보인 폐병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단층촬영(CT) 검사가 필요했고, 이후 병변이 커졌지만 의사가 계속 정상으로 잘못 판독했다고 판단했다. 또 최초 X선 검사에서 나타난 폐병변이 2㎝ 이하로 암 초기로 보이고 한 군데서만 발견돼 적절한 진료를 받았다면 완치도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이런 병원의 실수와 30대인 강씨의 노동력 상실 정도를 감안해 19일 병원 측에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문을 양측에 발송했다. 15일 내 분쟁조정위 결정에 양측이 이견이 없으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지만, 한 쪽이 거부하면 결정은 무효가 되고 민사소송으로 이어진다. 강씨 측은 수용의사가 있지만 병원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료진의 암 관련 오진에 따른 소비자분쟁조정위 결정 건수는 2011년 15건, 2012년 28건, 지난해 57건으로 급증했다. 변호사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송과 달리 소비자원은 무료로 조정절차를 진행해 피해자들의 구제 신청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의사가 폐암의 기초 진단인 X선 자료를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은 것과 환자의 말기 암 진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점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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