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식당이 있다. 햄버거스테이크와 세 종류의 스파게티를 파는 작은 가게다. 왜 좋아하냐면, 맛이 없지 않고, 값이 비싸지 않고, 주인장이 불친절하지 않고, 북적이지 않고… 않고… 않기는 않은데, 글쎄다, 뭐가 딱 좋다고 꼬집을 수가 없다. 가령 며칠 전의 봉골레 스파게티. '봉골레(조개)'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인 남자가 내온 접시에는 살이 통통한 바지락과 모시조개가 듬뿍 들어 있었다. 문제는 해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 모래가 몇 번 입 안에서 버석거렸다. 면은 또 어떠냐 하면, 적당히 삶아져서 탱탱하기는 한데 모양을 잡지 않고 되는대로 프라이팬에서 접시로 옮겨 담아 영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이런 심드렁하고 서툰 음식이 맘에 든다. 재료의 맛이 정직하게 드러나지만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대단한 정성이 깃든 것도 아닌 무뚝뚝한 음식. 내 입은 그런 음식이 달갑다. 생각해 보니 가게 분위기도 가게를 혼자 꾸리는 주인의 태도도 딱 그만큼 덤덤하고 심드렁하다. 자기만의 요리를 위해 무슨 승부를 거는 것 같지도 않고 식당 운영에 사활을 건 것 같지도 않다. 직접 담근다는 야채 절임도 있으면 주고 없으면 그만인 식이다. 어느 쪽에서 봐도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듯한데, 그런 헐거움 속에 있으면 손님도 덩달아 헐거워지는 걸까. 내가 정작 좋아하는 건 그 헐거움일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