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장인 이모 처장(3급)을 22일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지난 7일 증거조작 수사를 본격화한 후 배후로 의심 받고 있는 국정원 '윗선'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 처장을 상대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ㆍ구속)씨 등이 중국에서 구해 온 피고인 유우성(34)씨 관련 문서들이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문서 위조를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 처장은 유씨 사건 수사팀장으로 지난 18일 구속된 김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의 직속상관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 상당부분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왔다. 앞서 김 조정관은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통보한 3개 문건의 입수 과정에 모두 관여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김 조정관이 김씨 등 협력자에 대한 금품 지급을 이 처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이 처장이 문서 위조를 인식하고 있었을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에선 협력자들에게 정보 제공 등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에 대해 상부에 보고해야 승인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며 남긴 유서에서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이라고 적었다. 김 조정관이 "김씨 등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며 상관인 이 처장에게 보고하면서 협력자의 실체를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김 조정관이 위조 문서를 구하는 데 필요한 돈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처장도 검찰에서 "위조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조정관도 22일 조사에서 "협력자들이 먼저 제안해 문서를 입수했을 뿐 위조된 줄은 몰랐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유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국정원이 보강증거 확보에 주력했고, 보고체계가 확실한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이 처장이 적어도 문서 위조에 관해 '미필적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서가 위조됐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을 외면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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