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일정·규모 안갯속국내 9개 시중은행 중 상반기 농협 400명만 확정합병 앞둔 産銀 공채 안할수도채용 방식도 변화 바람평가 항목서 스펙은 안 보고 인문학·통섭 소양 반영 추세준비생 부담 가중 우려도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했지만 유독 은행권에서는 채용일정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올해 은행권 채용 규모는 작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 수익성 악화, 영업점 통폐합, 인수ㆍ합병(M&A) 그리고 각종 사고 등 은행권 채용 여건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권 채용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는 중. 은행 취업을 준비해온 준비생들은 상당히 곤혹스럽게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NH농협 SC 씨티 등 국내 9개 시중은행 중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규모를 확정한 곳은 농협(400명 채용) 밖에 없다. 통상 이 맘 때면 채용일정과 규모를 확정하고 4~5월 중 상반기 정규직 공개채용 절차에 나섰던 예년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에는 2월에 상반기 채용(40명)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8,422억원으로 반토막 수준(41.5% 감소)이 난데다, 올해 1월 55개 점포를 통ㆍ폐합해 신입 행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 더구나 도쿄지점 불법 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사건, 정보 유출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하나은행도 정확한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지만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 절반 수준인 100명대로 줄일 방침이다. 지난해 공채를 진행했던 신한(400명 채용)과 우리(300명 채용) 등도 아직까지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채 저울질 중이다. 지난해 신입을 채용하지 않았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ㆍ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올해 역시 채용 계획이 없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공공기관 재지정 등으로 채용 인력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기업의 경우 지난해(423명) 상ㆍ하반기 공채를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하반기만 진행하고 인원도 절반 수준인 200여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합병으로 내부적으로도 채용 규모 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년 70명 이상 대졸공채를 하며 신입 채용을 늘려왔으나, 올해는 합병을 앞두고 있어 아예 채용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채용 인원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채용방식도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국민은행은 작년부터 서류전형에서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투자자산운용사 등 '금융3종 자격증 세트' 보유 여부와 해외연수ㆍ인턴경력 등의 항목을 삭제하는 대신 인문학적 소양ㆍ통섭 역량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도입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서류 심사 때 자격증, 해외연수 경험, 인턴십 경력을 당락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고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견해를 서술하게 했다. 또 기업은행은 '4분 자기PR'(당신을 보여주세요!) 대회를, 외환은행은 면접에서 지원자가 무작위로 고른 상품을 소개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 인원은 줄어도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칫 이런 변화가 취업준비생들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펙을 대신할 다양한 전형을 시도해보는 것은 좋지만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스펙을 초월하는 채용을 하지 못해 수험생들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꼴"이라며 "업무를 전문화해 각 직군에 적합한 맞춤형 선발 방식과 함께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채용하는 수시로 하는 등의 대대적인 인력운용 방식의 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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