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인가, 폭침인가, 침몰인가.
천안함 사건 발발 4년이 지났지만 성격을 규정하는 용어를 두고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념 문제가 겹쳐 논란이 정리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향해 "천안함 사건을 폭침으로 보느냐, 침몰로 보느냐"면서 몰아붙인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식명칭으로 '피격(att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군에게 공격 당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 진상조사 백서와 정부의 관련 자료, 군의 정신교육 교재에도 모두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통일돼 있다.
이와 달리 국제적으로는 '침몰(sinking)'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배가 가라앉았다는 중립적인 의미다. 천안함 사건 직후 채택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상당수 외신기사에는 침몰로 표기돼 있다.
근래에는 '폭침(爆沈)'이라는 단어가 각광받고 있다. 천안함이 폭발해 침몰됐다는 의미다. 어감이 강해 북한을 규탄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2010년 5월 18일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 13명이 대북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폭침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다 이제는 정부 각료들도 이 단어에 고착돼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천안함 3주기 추모식에서 '폭침'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정부가 기껏 정해 놓은 공식용어를 제치고 폭침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특히 폭침 대신 피격이나 침몰로 표현하면 마치 종북세력이나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피격이라는 공식용어를 다들 알지만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폭침이라고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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