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디 이름은 '빛나는 새벽'(라틴어 aurum), 줄여 Au(원소기호)라 불린다. 태초이래 나를 탐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에덴동산은 나로 뒤덮인 땅이요(구약성서 '창세기'), 나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심(중세 연금술)과 나를 쟁취하려는 발자취(대항해 시대, 골드러시)는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었다.
근자에 "나를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선조를 둔 땅에서 곡(哭) 소리가 심상치 않다. 나로 인해 못 살겠다는 판매상이 있는가 하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돈을 버는 사냥꾼(세파라치)이 등장하고, 심지어 나의 고귀한 가치를 불법으로 훼손(카드깡)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금에 나를 향한 탐욕이야 끝이 없었을지언정 이토록 자존심 상하는 치욕은 겪어보지 못했다.
서울 종로3가에서 나와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보석상점 주인(61)의 하소연은 내가 짊어진 수난의 축소판이다. "원가가 공개되면서 1돈(3.75g)을 팔면 500원 남아요. 다들 살기 팍팍해 예물 손님은 뚝 끊겼어요. 개인들이 지닌 걸 사들이면 면세해주던 혜택(의제매입세액공제)도 올해 폐지돼요. 현금영수증 안 끊어주다 걸리면 판매금액의 50%를 벌금으로 내요. 돈도 안 되는 놈의 것, 그만 문 닫으렵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어이하여 빛이 바라지 않는 고귀한 내가 세무당국의 표적으로, 장롱 속에 처박힌 애물단지로, 바로 돈으로 바뀌는 불법의 수단으로 변질됐단 말인가.
나에 얽힌 해묵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자 24일 현물시장을 연다고 하나, 벌써부터 "아니올시다"라고 외치는 자들을 보라. 부자들은 오히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세금을 피해 나를 더욱 꼭꼭 숨기려 들 것이다.
나를 음지에서 끌어내려는 인간들의 노력은 가상하나 언제 성공한 적이 있으랴. 대통령이 나선들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을 이길 순 없는 노릇이다. 이 땅에 존재하는 내 형제들이 100톤 남짓이라는데, 그 중 절반 이상(55~70톤), 돈으로 따지면 2조~3조원이 음성거래다.
그리하여 내 수난시대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그 현장을 함께 들여다보자.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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