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50) 여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ㆍ52) 여사가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하루 종일 전 일정을 함께 하며 우정을 쌓았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First Lady)가 남편 없이 단독으로 방중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디이(第一)부인'이 외국 정상의 부인을 초청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중 부인외교(夫人外交)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베이징에 도착한 미셸 여사는 웨스틴호텔에서 중국의 첫날밤을 보낸 뒤 21일 아침 펑 여사의 안내로 베이징사범대 제2부속중학교를 방문, 1주일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이 곳은 동행한 두 딸 말리아(15)와 사샤(13)가 다니는 워싱턴 시드웰프렌즈스쿨의 자매 학교이다. 방중에는 모친인 메리언 로빈슨도 함께 했다.
이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양국 부인의 옷차림이었다. 두 사람 모두 둘째라면 서러워할 전 세계적 패션 아이콘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미셸 여사의 옷차림은 나들이를 나온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소매와 어깨를 보라색 계열로 물 들인 흰색 블라우스 위에 단추를 푼 긴 검은색 조끼를 걸친 뒤 통이 넓은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어깨까지 흘러 내린 머리는 부드럽게 웨이브를 줬고, 굽이 낮은 검은 색 구두로 마무리를 했다. 두 딸도 각각 흰색ㆍ회색 반팔 니트와 청색ㆍ녹색 치마로 단출한 옷 맵시를 선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펑 여사는 붉은 색 블라우스에 군청색 더블 코트 스타일의 투피스 정장을 입어 야무진 인상을 줬다. 특히 옷깃을 세우고 단추를 채운 뒤 허리 매듭을 묶어 한껏 멋을 냈다. 머리 스타일도 이마를 드러낸 올림머리였고 검은 색 구두의 굽도 꽤 높았다. 손에 쥔 빨간색 장지갑은 시선을 잡았다. 산둥(山東)예술학교를 나와 1980년대부터 국민가수로 사랑 받아 온 펑 여사는 전임 주석 부인들과 달리 당당하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패션 감각을 뽐낸다. 이날도 중국 인터넷에서는 두 여사와 딸들이 입은 옷을 누가 디자인했으며 어느 회사 제품이고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지가 큰 관심을 끌었다.
미셸 여사는 학교에서 겉옷을 벗고 학생들과 탁구를 치고 붓글씨도 시도했다. 펑 여사는 덕을 두텁게 해 만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의 '후덕재물'(厚德载物)이란 문구를 써 미셸 여사에게 선물했다. 주역에 나오는 이 경구는 시 주석의 신조로도 알려졌다. 두 여사는 이어 구궁(古宮ㆍ자금성)을 둘러본 뒤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만찬을 함께 하고 공연도 즐겼다. 미셸 여사는 22일 베이징대에서 강연하고 이허위안(頤和園)을 방문하며, 23일에는 만리장성을 오른다. 24일에는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으로 가 진시황릉 병마용(兵馬俑)을 찾고, 25일에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한 중학교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주제로 강연한 뒤 판다 등을 구경하고 26일 중국을 떠난다.
미셸 여사의 방중 일정만 본다면 두 자녀에게 중국을 보여주기 위한 여행의 성격이 커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첫 미중 정상 부인간 외교란 점에서 양국 관계를 더 친밀하게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적잖다. 중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달 한국과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중국 주변국을 방문하는 데 앞서 미셸 여사가 방중한 것은 중국을 고려해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다음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에서 회담을 갖기 앞서 두 정상의 부인이 만난 것도 새로운 형식의 미중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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