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검찰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한-중국 출입국기록 등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과 법무부 소속 검사들은 18~20일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에게 신속한 사법공조 이행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측은 문서 3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일부 제시하고, 자국 기관이 발급하지 않은 위조 문서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공안부는 지난해 국정원 협력자들이 3건의 문서 외에도 다른 문건을 위조하려고 했던 정황과 문서위조 과정에 중국 공무원 2, 3명이 일정한 역할을 한 사실을 파악하고, 한국 수사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유씨 항소심 재판부가 중국 정부에 문서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사실조회 요청을 하자, 중국 공안부와 국가안전부는 지난 1월 유씨의 여동생 가려(27)씨를 수 차례 불러 조사하고 자국 전산시스템 문제를 파악하는 등 면밀한 수사(본보 15일자 4면)를 벌였다. 이후 2월 14일 재판부에 "검찰이 제출한 3건 문서는 모두 위조됐다"고 통보했다.
법무부는 "중국 공안측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오거나 물증을 가져오지는 않았다"며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측이 (출입경기록 원본 등) 자료를 제공한다면 통상적인 사법공조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검찰의 자료 요청에 중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지난 15일 구속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와 대공수사국 소속 요원 여러 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국정원이 문서 조작을 조직적으로 기획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김씨와 같은 국정원 협력자들도 일부 포함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협력자가 구해온 문건이 위조된 것인지 몰랐고, 당연히 '윗선'의 지시나 보고는 없었다"며 의혹 전반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둘러싼 각종 보도가 쏟아지면서 국정원과 검찰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유씨 사건 수사팀장인 김모 조정관(구속)이 협력자 김씨에게 문서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며 싼허(三合)변방검차참(출입국관리소) 답변서 위조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문서를 구할 수 있다고 김씨가 먼저 제안했고, 정식 문건으로 판단했다"며 "검찰 수사과정에서 일방(김씨)의 주장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내용을 가지고 밖에서 관련 국가기관이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유씨 변호인단은 "유씨와 관련한 증거를 위조하고 사용한 자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무고ㆍ날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24일 수사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