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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 법보다 우선인 군대문화 깨야 군인권 범죄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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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 법보다 우선인 군대문화 깨야 군인권 범죄 사라질 것"

입력
2014.03.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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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 게시판은 군대 비판으로 들끓었다. 육군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이 20일 부하를 성적으로 괴롭혀 자살하게 만든 노모(36·3사 35기) 소령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가혹행위 ▦욕설 및 성적 언행을 통한 모욕 ▦신체접촉을 통한 강제추행 등 노 소령이 받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강제추행 정도가 약하고 피고인이 전과가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도 유족이거니와 이 판결을 가장 안타깝게 지켜본 이가 있었다. 재판 초기부터 유족을 지원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이다. 21일 그는 "누가 봐도 불공정한 판결이다. 피해자가 자살까지 했는데 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라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임 소장은 "노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반성도 합의도 거부했다.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던 국방부가 이 판결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재판부 전원이 군인인 군사법원의 한계 때문에 이 같은 불공정한 판결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군인인 심판관 1명과 군 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군단장 또는 사단장이 임명하는 심판관(영관급)의 계급이 가장 높다. 임 소장은 군이 심판관에게, 심판관이 군 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했다. 임 소장은 "항소 사건을 다룰 고등군사법원 재판관은 모두 판사지만 인사권이 국방부 장관에게 있어 또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했다.

임 소장은 늘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 탓에 군에서 인권을 짓밟는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처벌이 약하니 상급자들이 성추행, 가혹행위를 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여성을 가볍게 생각하고 가혹행위를 '열심히 일하다 친 사고'로 생각하는 군인이 많다"고, "그래서 여군이 사단장 술 시중을 들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병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노 소령이 근무하던 부대의 일부 장교는 노 소령을 옹호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임 소장은 "'우리 때는 더 심했다'는 식으로 가혹행위를 두둔하는 현역, 예비역 군인도 모두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공정한 재판을 거쳐 군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악순환이 끝난다"면서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군사범죄의 구분 ▦군사법원 폐지를 주장했다. 이번 사건처럼 군사 안보와 상관없는 범죄는 수사와 재판을 일반 경찰, 검찰, 재판부에게 맡기거나 아예 군사법원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군에서 발생한 전체 성범죄 10건 중 6건이 아예 불기소 처리됐고, 2011년 기준 성범죄 관련 피의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임 소장은 "명령과 지침이 법보다 우선이라고 여기는 군대문화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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