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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3월 22일] 규제개혁처럼 국정원 개혁을…

입력
2014.03.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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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회의의 기획ㆍ연출ㆍ주연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는 기업인과 소상공인,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을 배우로 삼아 '규제 개혁 드라마'를 한껏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박 대통령은 민간의 호소에는 미소로 공감을 나타냈지만 책임회피와 무사안일에 급급한 관료사회를 향해서는 결기 넘치는 언사로 맹공을 퍼부었다. 회의장의 장관들이나 TV 생중계를 지켜본 관료들은 회의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규제개혁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은 민간의 목소리를 거의 다 수용할 만큼 '편파 판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에 이어 다음주 독일에서 통일구상을 발표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통일과 규제개혁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 논의는 담론에 그칠 수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 지 모를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만의 공허한 논의 차원에 머물러 버릴 수 있다. 때문에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와 진전을 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제개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장관들을 아무리 닦달해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말단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규제개혁과 관련된 신상필벌도 있어야 하지만 공무원들이 규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확실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누가 정권을 잡아도 건드릴 수 없도록 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규제들은 또 어떤가. '청(靑)바라기'여당이야 그렇다 쳐도 야당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야당의 협조를 얻으려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예우하는 정치력이 필요한데 과연 기존의 뻣뻣하고 경직된 태도가 바뀔지 알 수 없다. 대나무를 굽히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회복탄력성을 지닌 공직사회를 강력하게 통제해 변화를 이뤄내고 부드럽고 원만한 대야당 관계를 구축하는 것, 쉽지 않은 두 과제를 풀어내는 것은 박 대통령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규제개혁이 화두가 된 이 참에 신속하고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 국가정보원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대통령으로서는 드물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비판적 입장 또한 더 견고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 국정원이 있다. 국정원은 지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개입,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은 국정원의 남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던 국정원은 지금 음지에서 양지를 조종하고 조작하고 통제하려 하고 있다. 특정 후보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호도해 표심의 흐름을 바꾸려고 댓글 공작을 하고, 조작된 증거로 인권을 짓밟고 사법부를 기망한 행위는 국가기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국정원과 검찰이 꼬리 자르기와 납득할 수 없는 법 적용으로 사건을 축소하려는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과연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건은 역시 박 대통령의 의지다. 규제개혁이 기업활동,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국정원 개혁은 국기(國紀)를 바로 잡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기본권을 지키고 인권을 보호하며 법치를 확립하는 일이다. 남재준 원장 체제 국정원에게 자체 개혁을 맡긴 것은 잘못이었다. 국정원 본연의 임무인 대공 수사ㆍ정보력도 수준 이하임이 확인됐다. 망설이거나 미적미적 끌 것도 없다. 심각한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에 개혁에 뜸을 들일 이유가 없다. 수장을 교체하든 국회를 포함한 외부의 힘을 빌리든 어떤 방식으로든 국정원을 제대로 개혁하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요구다. 그 흐름을 외면하면 후환과 후회만 남을 뿐이다.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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