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실시된 조기 총선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 대변인은 21일 "당시 선거가 같은 날 전국적으로 실시되지 않아 헌법의 관계조항에 위배됐다"며 재판부가 찬성 6, 반대 3으로 무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선이 재실시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향후 태국의 정국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현지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결정에는 전체 선거구의 약 20%에서 시위대의 방해로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파행을 겪은 점 등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반정부 시민단체는 지난달 총선 당시 남부 28개 선거구에서 후보등록이 무산되고 전체 유권자의 약 10%만이 투표에 참가하는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선거 무효를 주장해왔다.
헌재의 결정에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이끄는 집권 푸어타이당 대변인은 "조기총선 무효 결정으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조기총선으로 위기 정국을 타개하려던 잉락 총리의 입지가 타격을 입게 돼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조기총선 무효화가 정국을 풀어나갈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기총선을 거부했던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다시 선거에 참여할 길이 열리게 돼 그 동안 대규모 시위로 장외 투쟁을 해온 야권이 제도권 정치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선거로는 정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조기 총선에 불참했다. 차기 총선이 언제 실시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