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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22일] 권위에 대하여

입력
2014.03.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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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자신의 권위를 부러 앞세우는 걸 보거나, 그것을 알아주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서운해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입맛이 쓰다. 권위는 내세우는 게 아니고 밖으로부터 오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을 몰라주면 서운해하고 좀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특히 글을 쓰는 이들 중에는 유난히 자신의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본능의 영역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자신의 권위를 잘 모르거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예술가를 신뢰하는 편이다. 지난 달에 꽤 유명한 소설가인 B선배님한테 어떤 제안을 했을 때, 선배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랬다. "아니 저처럼 팔리지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에게 그런 제안을 다 해요?" 그것은 내게 흔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진실하고 오랜 자기 응시에서 나온, 예술의 궁극적인 정신에 닿아 있는 자에게서나 가능한 자유로운 발언처럼 들렸다. 선배님한테 결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거의 백치의 상태를 닮는 것이다. 나는 이런 작가에게, 다시 말해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해제해버린 예술가에게 권위를 회복시켜주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이미 자의와 타의의 욕망들이 타협하거나 서로 부추겨 만들어진 어떤 권위에, 그 권위를 즐기는 자에게 복무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진실한 예술가의 동료가 되고 싶은 자로서의 내 신념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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