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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뚝심의 목진석 "결혼이 바둑에 도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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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뚝심의 목진석 "결혼이 바둑에 도움됐다"

입력
2014.03.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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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목진석(34)이 백령배 세계대회서 '30대의 뚝심'으로 당당히 본선 32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본선 32강 진출자 가운데 30대는 저우허양(38)과 목진석 둘 뿐이다. 목진석은 지난달에도 젊은 후배들을 제치고 제10회 춘란배 한국대표로 선발됐고, 며칠 전 GS칼텍스배에서 4강에 오르는 등 젊은 시절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서른을 넘어서면 차츰 노쇠현상을 보이는데 유독 목진석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바둑이 강해지는 느낌이다.

목진석은 1980년생으로 1994년 입단, 이듬해 한중대항전에서 당시 세계 1인자였던 녜웨이핑을 격파해 '괴동'이란 별명을 얻으며 일찌감치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주목을 받았고 1996년에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다. 2000년 제19기 KBS바둑왕전에서 당시 천하무적이었던 이창호를 꺾고 우승했고, 2007년에는 122전 93승 29패로 연간 최다대국 및 최다승을 기록, 바둑대상 감투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45승21패(승률 68%)를 거둬 다승 10위, 승률 14위를 기록했고 올 3월 랭킹에서 13위에 올라 서른을 넘긴 후에도 꾸준히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목진석은 특히 수읽기가 강하기로 소문난 기사다. 아마추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인 '바둑이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을 물었더니 즉각 "바둑이 늘려면 수읽기가 강해져야 하고, 수읽기가 강해지려면 사활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각자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골라서 끝까지 풀어내는 끈기가 필요하다. 목진석 자신이 어린 시절 도장 선생님이 내준 사활문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끝까지 풀어오는 어린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목진석은 "요즘 바둑이 특별히 더 강해진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바둑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편안해진 건 사실이다. 바둑 두는 것 자체가 즐겁고 감사하다"며 "나이를 먹으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서 매사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일반적인데 내 경우는 결혼 후 오히려 생활이 단조로워진 게 어쩌면 바둑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각 때는 바둑계 팔방미인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바깥세상에 관심도 많았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았지만 요즘은 시계추처럼 집과 기원, 연구실을 오가는 매우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다. 담배는 물론 안 피우고 2008년부터 술도 끊었다. 결혼 후엔 저녁도 가급적 집에서 먹는다.

결혼 직전에 한국기원 근처에 연구실을 개설해 젊은 후배들과 함께 꾸준히 바둑공부를 해 온 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원래 혼자서 조용히 공부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공동연구가 적성에 맞는다. 연구실 멤버는 절친 안조영과 안형준, 류민형, 김정현, 안국현, 이지현, 이원영, 박경근, 변상일, 이동훈, 김성진, 김세동, 김명훈 등 14명. 대부분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20대 청년 맹장들이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열린 황룡사배 여자단체전에 출전한 한국선수단 단장을 맡았다. 그동안 세계대회 출전 선수단장은 으레 고참기사들이 맡았는데 30대 단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선수들이 실질적으로 선수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장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대회 기간 중 선수들과 함께 중국과 일본 선수들의 기보를 분석, 검토하고 한국 선수들의 대국을 일일이 복기해 주는 등 단장 겸 코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덕분인지 김혜민이 막판에 3연승을 거둬 중국의 초반 강세를 잠재우고 1라운드를 한국이 유리한 상태로 끝냈다.

목진석은 다음 주 다시 중국 타이저우로 날아가 26일 제10회 춘란배 본선 24강전에 나선다. 한국에서는 목진석과 함께 선발전을 통해 본선 출전권을 따낸 김정현과 전기 대회 준우승자인 이세돌 및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등 랭킹시드 배정자들이 함께 출전한다. 지난해 춘란배서는 중국의 천야오예가 결승에서 이세돌을 2대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과연 목진석이 춘란배서도 다시 한 번 30대의 뚝심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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