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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덧내는 당신은 '댓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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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덧내는 당신은 '댓글 악마'

입력
2014.03.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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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치욕에 죽고 싶었죠. 정신적으로 또 한 번 성폭행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대학생 A(20)씨는 지난해 여름 자신의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달렸던 끔찍한 댓글들을 잊지 못한다. '꽃뱀의 냄새가 난다' '여자가 만족을 못했나? 그러니 신고했지' '처녀 하나 사라져 아쉽군' 등 악마 같은 댓글들을 보며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지금도 포털사이트 뉴스에 올라오는 성폭행 단어만 봐도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의 '패륜 댓글'이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의 행동을 두둔하거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들은 피해자와 가족은 물론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준다.

그럼에도 이런 인면수심의 댓글을 남긴 네티즌들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폭행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피해자가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 쉽지 않은데다 제3자의 경우 이 댓글이 자신의 명예를 직접 훼손한 것이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황은영)가 2012년 '여주 4세, 나주 7세 여아 성폭행' 사건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8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벌금 100만~300만원에 약식 기소한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7살이면 즐겼을지도 모르지' '남자의 로망 로리타(비정상적 소아 성애)를 일개 서민이 즐기다니 부럽다' 등 피해 아동을 조롱하는 댓글을 '음란물'로 인정한 첫 사례다.

그러나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음란물 유포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 네티즌들을 고발한 아동성폭력추방시민단체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는 "음란 댓글도 엄연히 범죄라는 판례가 생겼다는 의미는 있지만 징역형 이상의 중한 처벌이 나오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음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과 대학생들"이라며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경종을 울릴 만한 엄중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상 언어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생각 없이 남긴 댓글 한 줄 때문에 누군가 목숨을 끊기도 한다"면서 "강력한 처벌은 물론 성평등 의식을 일깨우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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