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 같다고 누가 그래? 동심 패션 문화현상 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 같다고 누가 그래? 동심 패션 문화현상 되다

입력
2014.03.20 12:56
0 0

#직장인 조윤경(25)씨는 "아이 같다"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나 물방울, 꽃, 체크, 페이즐리 등 화려한 무늬의 의상을 즐긴다. "남들이 보고 좋다 싫다 구분하기 이전에 나만의 독특한 취향과 개성을 표출할 수 있어 패턴이 들어간 옷을 즐겨 입는다"는 조씨는 "조금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특이한 디자인이 주류였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화려한 프린트가 포인트로 활용된 세련된 의상도 많아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5층의 스트리트 캐주얼 전문관 내 복합 문화 공간 '5F 라운지'에서는 지난 1~20일 '동심으로의 여행'(Travel Back To Childhood)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다. 인기 피규어(캐릭터 인형) 스티키 몬스터를 활용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전시로, 9가지 종류의 스티키 몬스터 피규어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일시적으로 운영하는 매장)를 겸한 자리였다. 20, 30대 키덜트족을 겨냥한 감성마케팅의 일환이다.

아이(kid)와 어른(adult)를 합쳐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용어인 키덜트(kidult)는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때 유치한 취향을 즐기는 마니아에 한정된 사례로 취급하기도 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취미나 문화 현상의 공유와 확산이 빨라지면서 21세기 문화 다양성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특히 창조ㆍ개방성이 미덕으로 떠 오른 올 봄엔 패션계에서도 여러 가지 키덜트 제품과 마케팅을 찾아볼 수 있다. 패션쇼 무대와 거리 패션 사이의 트렌드 우위와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거리 패션이 빠르게 반영되는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예다. 2003년부터 티셔츠를 자유롭고 재미있게 표현한다는 모토로 음악,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대중문화와 접목한 티셔츠인 UT를 선보여 온 유니클로는 올해는 아예 UT 컬렉션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새로 영입했다. 일본에서 거리 패션의 혁신가로 알려진 UT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고가 제작에 참여한 올해 UT는 디즈니와 피너츠ㆍ스누피 캐릭터 프린트 등이 중심이다.

국내 SPA 브랜드 LAP도 론칭 4주년을 맞아 미키마우스 이미지를 신발, 가방, 모자, 티셔츠, 바지 등에 적용한 미키라인을 상반기 기획 상품으로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이 제품 위주의 단독 팝업스토어를 롯데백화점 본점에 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발 브랜드 컨버스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과 협업한 '컨버스 척 테일러 심슨 컬렉션'을 출시했다.

고가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샤넬은 지난해 장난감 레고 블록을 모티프로 한 보이 브릭 클러치를 발매했다.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알록달록한 사탕이 연상되는 독특한 장식의 미니 사이즈 가방과 하이힐을 출시했다. 금강제화 브루노말리 역시 이번 시즌에 위트를 강조한 '미키와 미니' 캐릭터가 들어 있는 가방을 새로 내놨다.

패션, 과시 도구에서 즐기는 문화로

전문가들은 키덜트 패션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 이유를 익숙함과 유희, 경기침체 등에서 찾는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경쟁이 극심해질수록 일상을 거부하고 어린 시절의 환상과 꿈의 세계로 돌아가 해방감을 느끼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이에 따라 키덜트 패션에 주로 활용되는 것은 오래된 디즈니 만화의 캐릭터나 팝아트 같은 익숙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을 남과 다르게 상징적으로 구별하고 싶은 즐거움의 추구가 키덜트 패션으로 표출된다. 급변하는 패션시장 환경에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계층이 출현하고 있다. 특히 고가브랜드의 경우 이질적인 요소의 도입으로 부조화와 의외성을 유도해 재미와 웃음을 준다.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패션으로 근엄함이 아닌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를 맞아 스누피, 스타워즈 등 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오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캐릭터 등 키덜트적인 요소가 패션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재미있고 기발한 것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현상은 단순한 패션계 트렌드가 아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공급 과잉시대를 맞아 키덜트의 개념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려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전략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믹스 앤드 매치에 어울리는 캐릭터 티셔츠

키덜트 패션이 마니아를 넘어 일반 소비자까지 확산된 것은 캐주얼과 정장, 또는 계절에 상관없이 옷을 섞어 입는 믹스 앤드 매치(Mix and Match) 트렌드 덕분이다. 스타일리스트 구동현씨는 키덜트룩을 연출할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현대적인 아이템과의 적절한 믹스 앤드 매치를 꼽는다.

애니메이션 프린트나 꽃무늬 등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키덜트적인 요年?주로 티셔츠나 후드 티셔츠 같은 아이템에 쓰인다. 따라서 자칫 잘못 연출하면 아이 옷을 입은 듯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쉽다.

이런 강한 무늬가 있는 티셔츠 등 키덜트 패션을 세련되게 소화하려면 여성의 경우 상의는 잘 재단된 정장 재킷, 하의는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 스키니 팬츠 등과 같은 단순하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아이템과 같이 입어 캐주얼과 정장의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청바지 등 스키니 팬츠와 같이 입을 때 하이힐을 신으면 조금 더 갖춰 입은 분위기가 완성된다.

또한 여성보다 신체가 큰 남성은 키덜트 아이템을 속에 입는 옷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항공점퍼와 같은 겉옷과 어울리며 양말이나 가방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