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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재도약 원년] <하>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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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재도약 원년] <하> 배워야 산다

입력
2014.03.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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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 해외공사서 대규모 적자저가 수주 탓도 있지만 관리 부실이 결정적경험 없어 원자재·인건비 상승 대응 못해위상 높아지며 이젠 공사 전부문 맡겨건설사들, 사업 주도할 전문인력 양성 박차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오히려 기회였다. 세계적인 건설 강국들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동 지역에서 건당 1조원 넘는 대규모 수주를 쓸어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몇 년 뒤 수천억원 적자를 낳는 골칫거리로 변했다. 처음부터 싼 가격에 수주를 한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관리의 문제였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자재나 인건비 상승으로 수지가 악화됐지만 제대로 대처 하지 못한 것이다. 해외의 대규모 공사를 직접 관리해본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전문인력 육성이 향후 해외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늠할 결정적인 변수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해외시장에 파견된 건설업계 인력은 2만2,839명으로 집계됐다. 70%가 관리, 30%가 기능 인력이다. 이 중 책임자급 전문 인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력의 비중은 10~20%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인력 수요는 점점 더 책임자급 이상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산업연구원이 시공능력 100위 이내의 건설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필요한 해외인력으로 39.7%가 프로젝트 매니저(PM)급을 꼽았다. 각 분야의 리더급 건설기술자라는 응답 비중도 37.9%에 달했다. 건산연은 2025년이 되면 국내 건설사들의 관리자급 인력 수요가 1만8,7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전문인력의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시장의 환경이 급변한 것과 관련이 깊다. 과거에는 현지 국가나 발주자들이 중간에 대리인을 두고 국내기업들이 하도급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설계부터 공사,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맡기는 이른바 EPC(설계, 조달, 시공 등 일련의 과정수행) 형태로 발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국내 건설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복남 건산연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에 중동 사업을 싹쓸이한 미국 건설사 벡텔이 수행하던 역할을 이제는 국내기업들이 중동에서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해외 사업장의 부실 문제는 이처럼 변화된 사업환경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책임자급 기술인력 육성을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석인 건산연 연구위원은 "10년 전부터 해외 건설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 만큼 이미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EPC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역시 해외 전문인력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이나 건설 관련 협회 등의 관련 인력 육성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해 직접 전문가 양성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SK건설은 작년 말 국내 처음으로 사내에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대학(PMU)을 설립했다. 화공 플랜트 사업부문의 모든 프로젝트 담당자 180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 150여 시간의 집중 교육이 이뤄진다. 관리자 및 선임기술자의 역량 제고에 초점을 맞춘 특화 프로그램이다. 대림산업은 2012년 5월부터 '플랜트 조기전력화 프로그램'을 실시해 현재까지 1,000명의 직원이 교육을 수료했다. 역시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할 전문 인력 양성이 주요 목표다. 대우건설은 플랜트 설계 전문 교육과 PM 양성 심화 교육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주요 해외 진출지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 등의 사내어학과정도 시행 중이다.

해외 고급 인력 유치 시도도 있다. GS건설은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에 500명의 현지 인재들로 구성된 설계법인을 운영 중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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