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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단 개성따라 부족한 면 채워가는 재미… 그래서 늘 질문 던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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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단 개성따라 부족한 면 채워가는 재미… 그래서 늘 질문 던지죠"

입력
2014.03.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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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잘 읽는다고 좋은 지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휘는 지휘자와 연주자 사이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즉각적인 교감의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2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스라엘 태생의 지휘 거장 엘리아후 인발(78)은 호기심이 많았다. 인발은 대답하기보다 질문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연주하기 위해 내한했다. 2008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아 이끌고 있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TMSO)의 정기 공연을 마치고 일본에서 입국한 그는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서울시향의 비상임 외국인 단원 비율부터 대뜸 물었다.

"일본 연주자로만 구성된 TMSO는 일본 특유의 색채가 있습니다. 국가별로 언어 특징에 따라 악단 성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본에서 브루크너처럼 묵직한 연주가 필요할 때면 좀 더 상세하게 주문을 해야 하죠. 악단의 개성에 따라 부족한 면을 채워 가는 과정이 제게는 흥미롭기 때문에 서울시향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그가 오케스트라의 나라별 특징을 언급하는 이유는 명지휘자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린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1974~1990) 시절을 비롯해 세계 주요 악단과 함께한 오랜 경력 덕분이다.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1984~1987),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교향악단(2001~2006), 체코 필하모닉(2009~2012) 수석지휘자를 지냈고 베를린 필, 빈 필 등의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2005년과 2007년 방한에 이어 이번에도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할 계획이었던 그는 5월로 예정된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5번 연주회 때문에 레퍼토리를 바꿨다. 하지만 러시아 음악의 뛰어난 해석으로도 유명한 지휘자답게 그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의 숨은 의미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혁명을 묘사해 '1905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의 실질적인 주제는 '1906년'이다. "혁명 시대 민중의 노래에 기반한 대중적인 곡인 이 작품은 사실은 1906년에 태어나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쇼스타코비치 세대의 삶이 담긴 곡이기도 합니다."

그는 음악가로 성공한 비결을 유럽의 훌륭한 음악가가 나치를 피해 예루살렘으로 모여든 시기에 태어난 성장 배경에서 찾는다. 4살 때 유대교회 성가대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활동하며 음악을 처음 접한 그는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하다 13살 때 예루살렘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지휘자의 꿈을 키웠다. 텔아비브에서 육군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부지휘자를 겸임한 2년 반의 군 복무 시절에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눈에 띄어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 받으면서 본격적인 연주 기회를 얻게 됐다.

자타공인 리허설에 까다로운 그는 다른 객원 지휘자들보다 하루 더 많은 나흘 간의 연습 기간을 서울시향에 요청했다고 한다. "제게 지휘가 소통이자 최상의 영적 수준을 경험하는 행위이듯 연주자들은 늘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연습 후에 육체적으로 지칠지 몰라도 다들 행복해 할 거라 믿습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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