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은 대략 6개월 정도를 뜻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데뷔 무대에서 금리 인상시기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전임 벤 버냉키 의장을 비롯 각국 중앙은행장이 대체로 금융통화정책에 대해 모호하게 설명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19일(현지시간) 의장 취임 뒤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옐런 의장은 "양적완화 종료 이후 '상당 기간' 현행 기준금리(0.25%)를 유지하겠다"는 FOMC 성명과 관련해 '상당 기간'의 뜻을 묻는 기자 질문에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6개월 정도"라고 답했다. 금리 인상 시점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 정도'라는 게 지금까지 시장의 다수 전망. 옐런 의장이 그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을 밝히려 의도한 답변이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 렉스 너팅은 "앞으로 14개월 내에 금리를 올리겠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Fed 의장은 없다"며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옐런 의장이 데뷔 무대에서 '발을 헛디뎌서' 조기 금리 인상의 신호를 보냈다"며 "불운한 실수였다"고 보도했다. "신참의 실수"(월스트리트저널) "상당한 실수를 저질렀다"(비즈니스위크) 등의 평가도 잇따랐다. "옐런 의장이 자연스럽게 6개월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이틀 간의 FOMC 회의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어쨌든 조기 금리인상 의도를 분명히 함에 따라,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 성향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옐런 의장이 '매파'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 의장은 경제성장을 중시해 낮은 금리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돼 왔다. 투자 전력가인 스콧 클레먼스는 "성명 톤은 완연한 비둘기 성향이지만 사용된 표현들이 강해 의외"라고 지적했다. TD 시큐리티스의 샤운 오스본 환 전략가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매파 쪽"이라면서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것이 어디를 가리키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PL파이낸셜의 존 캐널리 전략가는 "옐런 의장은 여전히 비둘기파에 가깝다"며 "옐런 의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은 비둘기파, 매파 등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보다 실용주의자, 혹은 합리적인 중도파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랜달 크로스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옐런 의장은 항상 경제지표를 신중하게 분석하는 인물이며 물가 상승 억제보다 성장이나 부양에만 초점을 맞추는 편향된 이론가는 더더욱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올려야 할 때는 올리고, 내려야 할 때는 내리는 원칙론자라는 생각"이라며 "금리를 내려야 할 때 매파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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