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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서방, 우크라 보복 계속 땐 이란 핵 협상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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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서방, 우크라 보복 계속 땐 이란 핵 협상 방해"

입력
2014.03.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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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에 반발하며 국제사회가 비난과 제재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러시아도 질세라 이란 핵협상 차질을 운운하며 반격에 나섰다.

19일 임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 대사가 "도둑"이라는 말까지 입에 올리면 설전을 벌이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서방의 주장과 러시아의 반박이 계속되던 중 서맨사 파워 미국 유엔대사가 발언 말미에 "도둑이 도둑질한다고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놓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감히)상대국을 모욕하느냐" "당장 취소하라"고 언성을 높여 회의장에는 일순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후 양국 대사가 발언을 자제해 다행히 더 험악한 사태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독일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과거 독일의 통일을 후원했으니 이번엔 독일이 러시아의 통일성 회복을 지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한 데 대해 "왜곡된 역사 인식에 따른 놀라운 비교"라고 비판했다. 독일은 2011년 자국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사가 러시아에 건설하기로 러시아 정부와 계약한 가상전투훈련센터 설립을 이날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센터는 연간 군인 3만명이 훈련할 수 있는 시설로 1억유로(1,480억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러시아는 '이란 핵 협상' 카드를 꺼내며 반격에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협상 실무 전문가 회의를 마친 뒤 인테르팍스통신에 "이란 핵협상을 우리 명분 쌓기에 이용할 뜻은 없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리를 그렇게 몰고 가면 여기서도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압박하면 이란 핵협상에서 서구에 동의했던 러시아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추가 제재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 축소'가 논의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향후 25년에 걸쳐 미국 셰일가스나 이라크 천연가스 등 새로운 수입원을 확충해 러시아 수입 의존도를 줄이자는 내용이다.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송유관을 건설하자는 계획도 담았다.

하지만 이런 제재가 당장 효력이 있을지, 그보다 합의나 할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EU 각국이 러시아와 이런저런 관계가 깊은데다 그 형태가 금융, 교역, 투자 등으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러시아 해군 함정 계약을 수주한 상태인데다 EU 중 러시아 금융권 투자가 가장 많다. 독일은 6,000개 기업과 30만개 일자리가 러시아와의 교역에 달렸다. 에너지의 38%를 러시아에서 의존한다. 영국은 런던금융시장이 러시아의 자금조달 창구다. 이 때문에 추가제재는 기존의 자산동결, 입국금지 조치 폭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사정은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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