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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구글 '4년 밀월'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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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구글 '4년 밀월' 흔들리나?

입력
2014.03.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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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웨어러블(입는 모바일)'기기 운영체제(OS)에서 삼성과 구글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자OS인 '타이젠'를 넣은 손목시계형 웨어러블기기 '갤럭시 기어2'를 지난달 공개했고, 이어 구글은 웨어러블용 OS 신제품을 삼성전자 아닌 LG전자, 모토로라, 아수스, HTC 등의 기기에 탑재시키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4년 동안 '안드로이드 동맹'이란 말까지 나왔을 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터.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는 예외없이 구글OS인 안드로이드가 들어갔고, 구글은 세계 1위 삼성전자를 통해 전 세계 OS시장을 지배했다. 이 협력에는 '반(反) 애플'의 공통분모가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넘어 웨어러블 기기로 접어들면서, 두 회사의 행로는 갈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일부에선 삼성-구글 동맹의 균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구글은 새로 개발한 웨어어블 전용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처음 공개했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이 안드로이드 웨어가 탑재된 첫 손목시계형 스마트기기인 'G워치'를 올 2분기중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구글과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구글이 야심 차게 만든 차세대 OS를 삼성전자 아닌 LG전자 및 다른 업체 제품에 탑재시킨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기기에서 독자 OS전략을 확고히 한 것에 대한 대응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삼성전자의 첫 웨어러블 기기로 지난해 선보인 '갤럭시 기어'에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OS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보다 개선된 두 번째 작품 '삼성 기어2'와 '기어2 네오'을 선보였는데, 여기엔 안드로이드 아닌 타이젠을 채택했다. 타이젠은 미국의 인텔, 일본의 NTT도코모와 함께 개발한 OS이지만, 사실상 삼성전자가 주도한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를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에 관한 한 더 이상 구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18일에는 개발자 사이트를 통해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용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개발도구도 공개했다. 한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용 앱 도구를 공개한 건 타이젠을 기반으로 하는 독자적 웨어러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구글도 곧바로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 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공개했으며, 첫 탑재 작품으로 LG전자의 'G워치'와 모토로라의 '모토360'을 지목했다. 사실 미국 현지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공개 시점을 올 하반기로 점쳤는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소개되자 '삼성전자의 독자 행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동맹이 당장 붕괴된다거나, 삼성-구글이 협력자에서 적대관계로 돌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주력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이다. 애플과 싸우는 삼성전자로선 타이젠보다는 검증된 안드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구글 역시 가장 확실한 삼성전자 제품에 안드로이드를 탑재시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의 협력제조사 리스트에 삼성전자를 넣었고,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웨어 공개는 웨어러블 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 사 모두 웨어러블 시대를 맞아 결국은 독자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은 서로에게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삼성으로선 독자OS가, 구글 역시 삼성 이외의 하드웨어 기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소현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시장은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가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고 삼성전자는 애플, 구글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구글 역시 우군이 될 제조사들의 영향력을 키우도록 돕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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