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규제 개혁에 올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렬하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당선인 시절'손톱 밑 가시'로 표현했던 '규제'에 대해 최근 들어서는 '처부술 원수' '암덩어리' 라는 거친 비유까지 동원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절박감의 표현이란 해석이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선언했던 박 대통령은 이후 각종 회의나 업무보고 등에서 규제개혁을 거듭 강조하고 발언의 수위도 높여왔다. 17일 예정됐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개최 하루 전에 연기해 민간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바꾼 것도 현장 수요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올인하는 것은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의료 교육 관광 등 5대 유망서비스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뛰어나지만, 각종 영업 규제나 진입규제 등으로 묶여있다"며 "정부가 민간에 투자 아이템을 주지는 못할 망정, 각종 규제로 투자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를 제한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도 지난 2월 국토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신년 업무보고에서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도 연결돼 있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현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이를 "소리 없이 다가오는 무서운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규제 개혁은 투자 활성화와 신시장 개척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반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 개혁이 어려운 것은 각종 규제마다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데다, 공무원들의 권한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두고 강도 높은 표현을 구사하는 것도 기대보다 빨리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을 독촉하기 위한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지도나 내규 등에 숨은 규제들도 찾아내서 대폭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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