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사립탐정, 평판관리사, 매매주택연출가 등 신규 직업 40여개를 발굴ㆍ육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현실성이 낮은 직업이 다수 포함돼 '고용률 70% 달성'에 급급한 짜맞추기식 정책이란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41개 신직업에 관한 인프라 구축방안, 투자계획 등을 담은 '신(新)직업 발굴ㆍ육성 추진계획'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국가∙민간자격증 제도를 운영하거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바꿔 26개 신직업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15개는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선진국에 있는데 우리에게 없는 잠재적 직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주문하고 뒤이어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5년간 미래 유망직업 500개를 발굴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신직업에는 민간조사원(사립탐정)처럼 수십 년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직업도 포함됐다. 사립탐정 합법화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나 관련 법안이 국회 상정됐지만 무산됐다. 심부름센터(흥신소)와 같은 불법행위가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와 정부부처 간 관할권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감독 권한을 경찰청에 맡긴 '경비업법 전면개정안'과 법무부에 맡긴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고용부는 "민간조사업 합법화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지만, 법무부와 경찰청(안전행정부)은 여전히 관리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자리 잡기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직업들도 상당수다. 예컨대 녹색건축전문사는 녹색건축 인증기준에 적합한 건축물을 설계, 시공하는 전문가를 국가자격제도 등을 통해 배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박현진 온건축 대표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150㎡ 이상 건물을 신축할 때 일정 수준의 에너지절약 검토 기준을 충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관련 전문가로 인증을 받는다고 취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개설 관리하는 소셜미디어 전문가, 협동조합 설립과 경영 등을 컨설팅하는 협동조합코디네이터 등도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연결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직업 등재 기준부터 고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사전(2011년 기준)에 등재된 직업 수는 1만1,655개로 미국 3만654개, 일본 1만7,209개 등에 비해 크게 적다. 실제 직업이 적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직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새로 생긴 직업이 제도적으로 보호가 안 돼 나쁜 일자리로 전락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시장에서 직업이 생기고 직업이름이 붙는 것이 순리인데 직업이름부터 정하고 직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추진계획은 노력을 표현할 뿐, 실제 고용시장에 주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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