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러시아 정치지도자들의 역사교과서 개정 시도가 '교육을 세뇌로 만들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이 신문 기명칼럼을 통해 비판했다.
이 신문 외교분야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17일자 '역사교과서는 어떻게 전쟁의 단초가 되나'는 칼럼에서 "정치지도자들이 과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헝가리, 일본과 중국에서 최근 정치적 후원 아래 벌어지는 역사교과서 개정 움직임은 국가주의 부흥의 경고 신호"라며 "정치권력이 공인된 단일 판본의 역사를 학교와 대중매체에 강제하고자 힘을 남용할 때 교육은 선을 넘어 세뇌로 간다"고 강조했다.
래치먼은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려는 국가주의적 시도는 아시아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는 일부 교과서가 지나치게 '자학적인' 역사관이라는 생각을 내비쳐 왔고 이는 중국과 한국 정부를 격분하게 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중국도 국가주의적 목적으로 역사를 남용하는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 역사의 '공식 판본'은 대중의 분노를 중국 정부가 아닌 이웃 국가로 돌리는 데 명확한 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래치먼은 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표준 역사교재 제작을 새로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를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결지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새 정부 지도자들을 나치와 한 편이 돼 소련에 대항해 싸운 우크라이나인들을 이념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파시스트 이미지를 덧씌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푸틴이나 아베처럼 지도자들이 한 나라의 역사를 교육하고 기억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드물 지 않지만 자유로운 토론과 과거사의 정치적 남용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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