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말로는 새정치 신당을 창당한다면서 여전히 정쟁과 민생법안을 연계하는 흥정 정치, 장삿속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정쟁에 매몰돼 원자력방호ㆍ방재법처럼 여야 이견이 없고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법안 처리에 등을 돌리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쏟아낸 비난이다. 원자력방호법 처리의 시급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야 협상을 해야 하는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정색하고 할 얘기는 아니었다. 더욱이 절차나 과정을 복기해보면, 최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큰소리 칠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경과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원자력시설 테러를 막기 위한 핵물질방호협약을 2014년까지 발효토록 노력한다"는 '서울 코뮤니케'를 채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부터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서울 코뮤니케'의 실천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울 코뮤니케'를 실천하는 법안이 바로 원자력방호법이다. 이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지연되면, 박 대통령은 헤이그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외교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시간을 다투고 중요 법안이라면, 진작 정부 여당이 여론을 환기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정홍원 총리는 그제 강창희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을 뿐이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원자력방호법을 포함, 민생법안 112개를 일괄 처리키로 합의했을 때, 새누리당은 이 법안을 별도로 처리했어야 옳다.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 연계해 이것(원자력방호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한 것도 정부 여당의 태만을 도외시한 편의적 인식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여당이 좀 더 성의 있게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야당도 국가적 체면이 걸린 외교적 사안에는 협조하는 게 옳다고 본다. 굳이 방송법이나 기초연금법과 연계시키지 말고 대승적으로 통과시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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