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망설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로 독립을 선언하고 18일 러시아 편입을 요청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로 이를 승인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러시아에 남은 것은 두 나라간 조약 체결과 의회 비준뿐이다. 이미 합병을 거세게 견제해온 미국과 유럽 각국은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새 정부가 거세게 반발할 경우 자칫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과 합병조약 초안을 승인했다고 러시아 대통령실이 포고령을 통해 밝혔다. 푸틴은 이 포고령에서 "크림과 합병조약 체결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은 크림공화국이 16일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독립을 선포하고 러시아에 귀속을 요청한 직후 나온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또 "푸틴 대통령이 의회와 정부에 크림공화국의 병합 요청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푸틴은 전날 크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크림 합병은 향후 양측 지도자의 합병조약 조인→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조약 합헌 여부 심의→ 의회의 조약 비준과 영토 관련 헌법 조항 및 관련법 개정 절차만 남겨뒀다. 러시아 의회는 크림공화국 합병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온 터라 푸틴의 합병 추진에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전날 전화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안정시킬 방안을 찾자"던 푸틴의 말에 솔깃했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서구 지도자들은 거듭된 제재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푸틴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날 러시아 인사들을 대상으로 자산동결ㆍ여행금지 조치를 단행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푸틴에 대한 직접 제재를 포함한 고강도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부터 러시아 인접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군사동맹 강화를 논의하며 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하루아침에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뺏길 참인 우크라이나 정부는 예비군 소집령을 내리는 등 군사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과 크림반도에 수만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가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기거나 직접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동서가 냉전 종식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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