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 구성을 의료계에 유리하게 바꾸기로 함으로써 수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가 결정에 의료계 입김 커질 듯
건보가입자, 의료공급자, 공익위원으로 구성되는 건정심(위원장 포함 25명)은 건보료 결정, 건보 보장성 확대뿐 아니라 수가협상 결렬 시 직권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의료계는 장기적으로 수가결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끊임없이 개편을 추진해왔다. 2010년 4월 공익위원을 4명 증원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 2012년 12월 공익위원의 3분의 2를 공급자가 추천하는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정부는 공익위원 4명 중 2명을 의료계가 추천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연내 추진한다.
법이 통과되면 건정심은 지금보다는 의료계에 유리해지는 셈이다. 수가 결정에서 의료계 목소리가 높아져 수가 인상폭이 커지면 다시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계가 과반은 아니어서 의협 내부에서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도 의료계의 불이익은 거의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동네의원을 대표하는 의협의 경우 6개 의료공급자 단체 중 가장 수가인상률이 높았던 적이 지난 5년 중 3번이었다. 건정심 공익위원인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가입자가 제시한 최종 제안보다 낮게 수가를 책정하는 패널티를 줘야 하지만 의협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10년 이상 잡음 없이 유지된 합의구조를 의사파업을 무마하기 위해 바꿔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공익위원은 "의협의 실제 투쟁목적이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 반대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 설립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요구안도 이번 협상에서 대폭 수용됐다. 정부와 의협은 5월까지 의협,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최대 주당 88시간 근무' 등 수련환경 지침이 각 병원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병협이 평가하는데, 전공의들은 병원을 대변하는 병협의 평가에 불만이 높았다. 또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레지던트 시험 낙제시 재수련을 받도록 한 조항도 폐지하기로 했다.
송명제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 측이 물러섰다"며 "회원들의 투표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협의안을 받아들이고 24~29일 집단휴진을 철회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투표를 17~20일 진행할 예정인데, 협상 타결로 전공의들의 집단휴진 의지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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