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정우성, 한효주가 출연한 지난해 개봉 영화 '감시자들'에 인상적 장면이 나온다. 경찰들이 서울시에 촘촘하게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벽면 가득 띄우고 범인을 쫓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다. CCTV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관할권이 다르고 서로 연동돼 있지 않아 서울시 전체 CCTV를 경찰이 한 눈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론 이 장면이 실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안전행정부와 함께 4년간 CCTV 영상연계 및 상황예측 기술을 개발키로 한 것이다. 이 기술은 전국의 CCTV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 영상 통합 플랫폼으로 관리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영화처럼 범죄 용의 차량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도주할 때 지속적인 추격이 가능하고, 나아가 어느 방향으로 달아날 지 예측까지 할 수 있다.
미래부는 17일 사회적,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23개 과제를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1차 과제로 선정, 연구개발에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CCTV 영상연계기술을 포함해 ▦해파리 제거용 스마트 로봇 ▦스마트 컨테이너 ▦착한 주유소 ▦초미세먼지 정화기술 등 생활과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파리를 잡는 스마트 로봇은 매년 여름 출몰해 어장을 망치는 해파리를 로봇으로 잡는 일종의 '바다의 로봇청소기'기술이다. 탐지장비를 장착한 부이가 바다에 떠서 해파리떼를 포착하면 자동으로 스마트 로봇에 출동 명령을 내리고, 로봇이 해파리떼를 찾아 분쇄한 뒤 로봇청소기처럼 자동 귀환한다.
이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년 전 원천기술을 개발해 올해 시범사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 9월 로봇 3대를 한 조로 묶어 경남 마산만 해파리 제거 작업에 시범 투입할 계획"이라며 "시범 사업이 잘 되면 내년 4~9월에 로봇 9대를 제작해 본격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훼손 없는 농작물 수출을 위한 스마트 컨테이너 기술도 개발된다. 꽃, 딸기 등 농산물을 수출할 때 적도를 지나거나 운송 기간이 길면 상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냉장, 냉동 컨테이너를 사용하지만 하역 시 컨테이너 문을 열면 급격한 온도변화로 역시 상품에 손상이 가게 된다. 미래부는 이와 관련, 컨테이너에 자동제어장치를 부착해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 제어하고, 진동까지 조절하는 기술을 올해 안에 개발해 내년부터 딸기를 중국에 수출할 때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스마트 컨테이너가 개발되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산물 손실률을 30% 이상 떨어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짜 휘발유 유통을 막기 위한 착한 주유소 기술도 추진된다. 이 기술은 주유소에 마련된 주유탱크에 전자태그(RFID)와 근거리통신(NFC)칩, CCTV 등을 설치해 주유구를 여닫을 때 자동으로 시간, 주유량 등을 관리센터에 보내 철저하게 유류유통을 관리한다. 정부는 올해 전남 순천시 15개 주유소에 시범 적용한 뒤 성과에 따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초미세먼지 대응기술도 개발된다. 미래부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공기청정기는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으나 2.5㎛이하의 초미세먼지는 걸러 내지 못한다. 따라서 미래부는 2017년까지 초미세먼지의 인체 유해여부와 저감 기술을 연구해 상용화할 방침이다.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는 3년간 총 120여개 과제 발굴을 목표로 한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과제를 계속 발굴해 사회 각 부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비타민처럼 스며들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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